후추의 작은 만행들(고양이와 함께 살기 전 알면 좋은 것들)
by 첼시
이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한 고양이 후추는... 사실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집사 공격하기, 사막화, 털날리기, 물어뜯기, 물건 망가뜨리기 등등...
내 컴퓨터의 [괜찮아, 후추니까] 폴더에 있는 사진을 몇장 공개할까 한다(안 괜찮아!!!).
고양이 키우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만한 고려사항들을 생각나는대로 적었다.
첫번째, 집사 공격하기
두달 전에 찍은 사진.
검지에 후추 발톱에 긁힌 상처가 있다. 잘 보면 손등에도 거의 아물어가는 상처가 남아있다.
3개월령의 후추를 데려오고 거의 6개월 가까이 손발에 자잘한 상처를 달고 살았다.
후추가 내게 상처를 내는 경우는 두 가지. ①장난하다가 힘조절 실패 ②비진의 공격
이 녀석이 처음에는 나도 같은 고양이인 줄 알고 물고 덤비고 하는 장난을 자주 쳤다.
그 때마다 나의 대응은 ①입으로 습! 소리 내기 ②아프다고 소리지르고 울고불고하기
③저음으로 '이놈!'하기 ④입을 톡톡 두드리면서 '입! 입!' 소리치기(스킨 바를 때의 강도로 두들겼다.)
①과 ②의 대응이 가장 잘 먹혔다.
습! 소리는 혼내는 걸 알고 얌전해지고, 울고불고하면 아픈가? 하면서 물기를 멈췄다.
기왕이면 겁먹게 하는 것보다 스스로 멈추게 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울고불고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비진의 공격은... 후추가 공격하려고 한게 아닌데 공격하는 것(?).
내가 장난감으로 놀아줄 때 그 장난감을 잡으려고 발톱을 세우고 뛰어가다 실수로 날 긁는 경우가 있다.
후추는 평소에 발톱을 거의 세우지 않아서, 오히려 이 때 상처가 깊게 남는 경우가 많았다.
두번째, 사막화
고양이들은 모래가 담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그 때마다 모래가 많이 날린다.
이 사진은 화장실 두번 다녀온 뒤의 사진. 이 정도는 애교다.
사실 어렵잖게 해결 가능한 문제다. 모래받이용 매트를 깔아주면 되는 것.
촘촘하게 얽혀있는 섬유들이 고양이 발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서 잡아주는데, 매트만 가끔 털면 된다.
모래받이용 매트 또는 리터 캡쳐 매트로 검색하면 나온다.
사이즈가 큰걸 사는게 좋다. 내가 쓰는건 60 * 90cm의 제품.
두 장 사서 후추의 화장실 바로 앞, 또 그 앞에 연달아 깔아주었다.
그래도 후추가 달고오는 모래가 몇 알 있긴 하다.
※내가 쓰는 고양이모래와 탈취제↓
- 2015/02/15 - 고양이모래(응고형) 비교, 변기에 버리는 모래와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래
- 2015/06/12 - 고양이 탈취제 라벤더향 비교, 퓨리나 바이오솔루션, 쏘아베 고양이화장실 탈취제
세번째, 털날리기
털날림은 장모종 고양이가 더 심하고, 단모종인 후추는 그럭저럭 견딜만한 편이다.
빗질을 자주 해서 죽은 털을 제거해주는게 좋다. 나는 사람용 샴푸브러시와 고무장갑을 애용한다.
샴푸브러시로 빗어주면 후추가 골골거리면서 좋아하고, 죽은 털이 잘 붙어나와서 가끔 빗어준다.
그리고 고양이가 공포를 느끼면 털이 더 잘 날린다.
병원가서 주사 맞게 할 때 털을 쓱 쓸어주는데 갑자기 미스트처럼 뭉치가 날려서 당황했다.
집이 더러워지는건 둘째치고,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감당하기 힘든 문제다.
네번째, 물어뜯기
커튼이나 블라인드 있는 집들은 주의해야겠다.
이게 왜 맛있어보이는지 난 이해할 수 없어ㅠㅠㅠㅠ 해결책을 못 찾았다. 일단 포기...
내가 인테리어 용품에 크게 애착을 갖는 성격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다섯번째, 물건 망가뜨리기
후추는 스크래처가 두 개 있다. 엎드려서 하는 것, 서서 하는 것.
그래서 가구에 대고 벅벅 긁어대진 않는데, 의자에 올라타거나 할 때 고정하려고 발톱을 세운다.
의자에 오르락내리락할 때 이렇게 발톱 자국이 남는 것.
그리고 예전에는 내 화장품을 밖에 꺼내두고 썼는데, 지금은 서랍 안에 다 넣어버렸다.
후추가 혹시 그 위를 돌아다니다가 떨어뜨려서 깨지거나 다칠 수 있어서이다.
아, 마지막으로 비용 부분도 생각해야한다.
사료, 모래, 용품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감당할만하다. 다만 병원비는...
후추가 잇몸 염증이 생겼었는데, 한번 병원갈 때 주사, 약 등을 처방 받으면 4~5만 정도 들었다.
잇몸 치료 때문에 한달 동안 병원을 서너번 갔는데 적지 않은 치료비를 썼다.
중성화수술로 몇십만원 들고(암컷이 더 비싸다), 심장사상충약도 개당 만오천원, 병원비 부담이 꽤 높다.
고양이가 힘들어하는 걸 보는 마음이 더 불편하다.
후추가 발정기 때 끙끙 앓는걸 봐서, 그 때 나도 후추를 안고 발정기 내내 밤을 샜다.
고양이와 함께 살려면 양보를 해야하는 부분이 생긴다.
그 양보가 가구 같은 물건이 될 수도 있고, 돈이나, 주말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라지만, 성격에 따라 외로움을 많이 타는 고양이도 있다.
고양이가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잠깐 귀엽고 예쁜 것만 보고 데려오면 후회할 수도 있다.
특히 고양이가 아기 같고 인형처럼 귀여운 시절은 몇 달 가지 않는다.
나는 지금 후추가 굉장히 좋고, 둘째도 생각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점들이 결코 간과할 사항은 아니다.
힘드니까 고양이 키우지마! 가 아니라,
알고 키우면 고양이를 더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점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후추와 함께 사는 것은,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지.
하품 직전의 바보같은 표정 ㅋㅋㅋㅋㅋ
쿠션 스툴을 쓰지 않을 때는 책상 밑에 두는데, 요새는 거기 자리를 잡고 있다.
내 택배박스를 엎어놓고 거기 소라게처럼 들어가있다. ㅋㅋㅋ
사랑스러운 뒷발. 유일하게 전부 딸기우유젤리인 찹쌀떡이다.
눈뽀뽀..인 줄 알았는데 그냥 졸려서 눈 감은 듯.
귀엽게 모은 뒷발 ㅋㅋㅋㅋ
계속 졸고 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라 축축 처진 후추.
'으잉? 나 안 처졌는데?'
'그냥 잠이 오는거하앙!'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하아아품!'
하품 한 적 없는데? 하는 표정.
엇갈린 앞발ㅋㅋㅋㅋㅋㅋ
눈치보는 표정 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나란히 하면 길쭉하지요!
책상 밑 공간이 좁아서 양껏 기지개펴지 못하는 후추 ㅋㅋㅋ
같이 지내는 동안 건강하게 함께 있고 싶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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