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추리]바스커빌 가문의 개 by 코난 도일
by 첼시
<바스커빌 가문의 개>는 셜록 홈즈 시리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단편집에도 아끼는 작품들이 많지만). 바스커빌 가문 내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같은 괴담, 이를 악용해 음모를 꾸미는 악랄한 범죄자, 이 모든 상황을 꿰뚫어보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홈즈의 추리가 작품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담요를 꼭 부여잡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던 <바스커빌 가문의 개>. 오랜만에 다시 펼쳐봐도 목덜미를 조여오는 긴장감은 여전했다.
전설 속의 초자연적 존재인가, 대담하고 음흉한 범죄자인가
사건은 홈즈의 사무실에 찾아온 의사 모티머의 의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을 주치의로 두었던 찰스 바스커빌 경의 죽음을 둘러싼 수상한 낌새에 의문을 품고, 찰스 경이 사망한 뒤 유산을 물려받을 헨리 바스커빌 경에게 닥쳐올지 모르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홈즈에게 자문을 구하려한다. 모티머는 바스커빌 가문에 대대로 전해져오는 내밀한 전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털어놓는다.
오래전 바스커빌 가에는 휴고 바스커빌이라는 악마같은 인물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눈독 들이던 처녀를 잡아 감금했는데 그녀가 탈출하자, 휴고는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며 그의 일당들과 함께 황무지로 그녀를 잡으러 나선다. 앞서간 휴고를 뒤따르던 무리들이 마주친 것은 눈에서 불길을 뿜으며 휴고의 목을 물어뜯는 집채만한 몸집의 사냥개였다. 모티머는 찰스 경의 사망 현장에서 거대한 개의 발자국을 발견했음을 증언하며, 이 괴이한 전설과 찰스 경의 죽음이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나는 복수와 유산을 함께 상속받은 것 같군요."
헨리 바스커빌 경은 찰스 경의 조카이자 바스커빌 가문의 마지막 적자로, 캐나다에 거주하다가 찰스 경의 사망으로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영국에 오게 된다. 그런데 그가 머무르고 있던 런던 호텔에 발신인을 알 수 없는 편지가 날아와 황무지(데번 주 일대의 바스커빌 가문 영지를 지칭함)에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그리고 헨리 경의 구두가 처음에는 새 것이, 그 다음에는 낡은 헌 것이 한 짝씩 없어지는 묘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자신과 황무지를 둘러싸고 연달아 발생하는 미스터리한 일들에 개의치 않고 의연하게 바스커빌 관으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홈즈는 현 상황에서 헨리 경을 혼자 바스커빌관에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왓슨을 동행하게끔 한다. 바스커빌관으로 향하던 왓슨 일행은 인근에서 흉악한 살인범 셀든이 탈옥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왓슨 일행이 바스커빌 관에 도착하자, 집사 배리모어 부부가 그들을 맞이한다. 왓슨은 공손하지만 뭔가 감추는 듯한 그들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끼고 배리모어 집사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던 어느날 밤 배리모어 집사가 저택 창가에 서서 촛불로 수상한 신호를 보내는 것을 목격하고 헨리 경과 함께 그의 뒤를 밟기로 한다.
왓슨과 헨리에게 뒤를 밟힌 배리모어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어쩔 수 없이 자백한다. 탈옥한 사형수 셀든이 그의 처남인데 그가 황무지로 숨어들었기에 셀든이 남미로 탈출하기 전까지 식량을 조달하고 있었던 것이다(앞부분에 헨리 경의 옷을 배리모어에게 여러 벌 나눠주는 내용이 있는데, 이 옷들도 아마 셀든에게 모두 넘어갔을 것이다).
왓슨은 바스커빌관 주변의 이웃들과도 안면을 익히게 되는데 그 중 한 명이 스태플턴이라는 박물학자였다. 그는 찰스 바스커빌 경과 생전에 친교를 나누었으며 헨리 바스커빌 경에게도 친근하게 대한다. 하지만 그의 누이동생 베릴 스태플턴이 헨리 경과 가까워지자, 그는 오빠의 태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헨리 경과 왓슨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왓슨 박사의 독자적 활약 : 존 왓슨 리포트와 탐문 수사
이번 편은 다른 셜록 홈즈 시리즈와 견주었을 때, 왓슨 박사의 비중이 가장 큰 작품이다. 작품 첫머리에서 모티머 박사의 지팡이를 놓고 추리하는 대목에서부터 그의 활약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막 걸음마를 뗀 왓슨의 추리를 홈즈가 뒤이어서 산산이 깨부수었지만, 수동적으로 사건을 기록하기만 하던 왓슨이 나름 추론을 하게 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왓슨은 바스커빌관에 머무르면서 찰스 경이 죽기 전에 로라 라이언스라는 여인으로부터 만나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는 것을 알아낸다. 찰스 경의 죽음이 로라 라이언스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왓슨은 그녀를 만나 진상에 대해 묻지만, 그녀는 단지 찰스 경에게 도움을 부탁하려고 그 편지를 썼을 뿐이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게 되어 찰스 경을 만나러가지 않았다고 답한다.
로라 라이언스와의 대화에서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왓슨은 바스커빌관으로 돌아가던 길에 그녀의 아버지인 프랭클랜드에게 새로운 소식을 듣는다. 프랭클랜드는 탈옥한 사형수 셀든의 은신처를 황무지에서 찾아낸 것 같다고 자랑을 늘어놓으나, 왓슨은 그가 발견한 남자가 사형수가 아닌 것을 눈치채고 그 수수께끼의 사나이가 숨어있는 곳으로 향한다.
교활한 적에게는 더욱더 간교한 덫으로
황무지에 숨어있던 사나이는 다름 아닌 홈즈였다. 왓슨은 홈즈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몰래 내려왔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지만, 이내 자신의 노고를 치하하고 달래는 그의 칭찬에 다시금 서운했던 마음을 녹인다. 홈즈는 스태플턴이 범인일 것이라 추리하고 그를 뒷조사한 결과를 알려준다. 그는 사실 찰스 경의 또다른 동생이 남긴 아들 로저 바스커빌(헨리 경과는 사촌 관계인 셈)인데, 스태플턴으로 이름을 바꾸고 바스커빌 가문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한 계략을 차례차례 실행에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바스커빌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에 착안해 거대한 검둥개를 사서 눈가와 입가에 인(燐)을 발라 불을 뿜는 지옥개처럼 위장시킨다. 그 후 그는 로라 라이언스를 속여 찰스 바스커빌에게 편지를 쓰게끔 해 첫번째 장애물이었던 찰스 경의 죽음을 유도하고, 두번째 장애물을 손쉽게 제거하려고 그녀의 부인 베릴까지 여동생으로 속여서 헨리 경에게 접근시켰던 것이다.
홈즈와 왓슨이 대화를 나누던 도중 황무지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 두 사람은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간다. 그들이 발견한 시체는 헨리 경의 붉은 트위드 옷을 입고 있었지만, 사실 그 정체는 배리모어로부터 헨리 경의 옷을 얻어입은 탈옥수 셀든이었다. 홈즈는 스태플턴을 체포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헨리 경에게 걸어서 황무지를 지나가라고 지시한다. 그 후 홈즈는 왓슨과 함께 거짓으로 바스커빌관을 떠난다고 말한 후 황무지에 잠복하고 있다가 헨리 경을 공격하려는 사낭개를 사살하고 경을 구해낸다. 자신의 술수가 탄로났음을 알아챈 스태플턴은 늪지대로 도망치지만, 그가 남긴 것은 헨리 경으로부터 훔쳐냈던 구두 한 짝 뿐이었다(그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늪 속에 빠져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 중에 특별히 여기는 셜록 홈즈 시리즈 중에서도 유별하게 아끼는 장편.
그동안 홈즈가 맡아왔던 사건과는 달리, 이번 편은 황무지의 자욱한 안개처럼 신비롭고 으스스한 매력이 있다.
범인(凡人)인 왓슨처럼 나 역시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홈즈의 추리를 기다리는 내내 가슴이 쿵쾅거렸다.
특히 헨리 경의 트위드 정장을 보았을 때는 홈즈와 왓슨 만큼이나 나도 절망해서 심장이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아아ㅇ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 다시 읽어도 재밌다.
텍스트로 사람 감정을 좌지우지하는 도일의 솜씨가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나다.
내가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이렇게 날 사로잡는 추리소설은 다시 보지 못할 것 같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수작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 작품을 뛰어넘는 명작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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