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음식]맥주 Bière(창해ABC북 011)
by 첼시
<위스키>에 이어서 <맥주> 편.
맥주가 탄생하던 당시에는 지금처럼 뽀얀 거품 모자를 쓰지도, 탄산 방울로 청량감이 넘치지도 않았다. 최초의 맥주는 음료라기보다는 곡물로 만든 죽이나 수프 같은 형태였을 것이다. 초기의 맥주는 곡식과 물의 걸쭉한 혼합물이었으며 성인을 위한 '젖'이라고 할 만큼 영양가가 풍부한 '액체 빵'이었다. 맥주는 일용할 양식으로 취급되었으며 그것을 제조하는 것 역시 여성의 몫이었다. 북부 독일에서는 신부의 혼수품목 가운데 맥주 양조용 도구가 필수적으로 포함되기도 했다.
16세기까지는 가내수공업의 형태로 제조되던 맥주가 전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만국박람회의 공이 크다. 새로운 예술이 산업화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그 일환으로 맥주 광고 포스터, 잔, 바의 실내장식 등의 형태로 작품을 만들어낸 것도 맥주의 명성을 전파하는데 한몫 했다.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커피 소비량이 증가하는 한편 맥주 소비량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나, 1935년 미국에서 양철 소재의 맥주캔이 등장하면서 맥주 산업은 다시금 성장세를 타게 되었다.
맥주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크게 4단계를 거쳐야한다. ①맥아 제조 공정, ②발효 공정, ③숙성 공정, ④여과 공정이 그것이다. ①맥아 제조 공정은 곡식(그 중에서도 특히 보리)을 물에 담가 싹이 나게끔 유도하는 과정이다. 발아된 곡식은 건조시킨 뒤 볶는데 이 때 얼마나 볶느냐에 따라 맥주의 빛깔이 달라진다. ②발효 공정은 맥아를 분쇄해 물과 혼합한 뒤 가열하여 발효시키는 과정이다. 이 때 곡물의 전분이 발효되면서 당으로 바뀌고, 그 결과 만들어진 액체를 '맥아즙'이라고 한다. 맥아즙을 여과한 뒤 여기에 맥주의 향신료 역할을 하는 홉을 첨가한다. 홉을 첨가한 맥아즙에 효모를 넣으면 효모가 맥아즙 속의 당을 영양분으로 삼아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만들어낸다. ③숙성 공정을 거치며 맥주는 2차 발효가 된다. 이 과정에서 부유물이 가라앉아 맥주가 맑아지고, 숙성된 풍미를 품게 된다. 마지막으로 ④여과 공정을 마치면 비로소 투명하고 톡 쏘는 맥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맥주 원료로는 귀리, 기장, 메밀, 밀, 보리, 수수, 쌀, 카사바 등 다양한 곡식이 들어가지만 그 중에서도 보리가 가장 많이 쓰인다. 보리가 제일 많이 이용되는 것은 보리가 발효될 때 발생하는 효소의 활동이 활발하며, 알갱이가 단단하여 맥아를 만들 때 쉬이 부서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널리 쓰이는 것은 밀인데 밀의 맥아는 흰 빛깔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이로 만든 밀맥주 역시 흰색인 것이 특징이다.
맥주 발효에 쓰이는 효모는 크게 두 가지로 상면발효균과 하면발효균이 있다. 상면발효균은 맥아즙의 온도가 15~18℃일 때 넣는데, 이 때 발효 과정에서 열이 방출되면서 맥아즙의 온도가 20~23℃까지 상승한다. 상면발효과정은 4~6일 정도 이루어지는데 이 때 3일 정도 되면 효모가 맥아즙 표면으로 올라와서 활동하게 된다. 영국의 에일 맥주가 이러한 상면발효맥주이며,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기네스, 레페 블론드, 호가든, 에딩거 바이스둔켈 등이 있다. 하면발효균은 맥아즙의 온도가 7~12℃일 때 효모균을 넣으며, 발효된 맥아즙의 온도는 12~17℃까지 상승한다. 하면발효균은 상면발효균과는 달리 효모가 발효통 밑바닥에서 활동하며 발효기간도 8~10일로 다소 길다. 하면발효맥주는 라거와 독일의 필스 맥주 등이 있으며,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버드와이저, 밀러, 하이네켄, 필스너 우르켈, 칼스버그, 새뮤얼 애덤스 등이 있다(시중에서 널리 판매되는 맥주의 대부분이 라거 맥주다).
<위스키>편과 마찬가지로 책의 맨 뒤에 맥주에 대한 간단한 표가 붙어있다. 맥주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하다보니 자세한 가이드가 실려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창해ABC의 <맥주>편에 실린 흑백사진. 여유와 관록이 넘치는 두 신사의 미소가 좋다. :)
손에 들고 있는 맥주는 틀림없이 기네스겠지. 기네스 바 앞에서 찍은 사진이니...
불개미처럼 작은 글씨 크기를 견딜 수 있다면... 매거진B의 기네스 편을 같이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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