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일반]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by 안드레아스 크누프
by 첼시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Sei nicht so hart zu dir selbst
표지와 구성(소제목을 토대로 판단한)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한 책. 겉표지에 들어간 그림이 쓸쓸해보이는 게 호퍼의 그림 같다 싶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작품명은 「Morning Sun」 by Edward Hopper, 1952. 책 제목을 보니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라는 곡이 생각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제가 번역본과 동일할 것 같지는 않아서 찾아보니 『Sei nicht so hart zu dir selbst』로 나온다. 영어로 번역하면 『Do not be so hard on yourself』 음, 그렇지. 번역본 제목은 너무 시적인 표현이다 싶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가볍게만 감상을 남긴다.
안드레아스 크누프
스위스 취리히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독일로 돌아와 정신적 위기 상태에 처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위기개입(Crisis Intervention) 전문기관’에서 근무했다. 2007년부터 자신의 심리치료센터를 설립한 그는 자기비난에 빠진 사람들이 모든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주류 심리학 외에도 몸의 변화, 그리고 감정의 변화를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신체심리학, 존재심리학, 행동요법 등을 추가로 이수한 그는 ‘하이브리드 심리학자’로 불리며 주류 심리학의 흐름과 동·서양의 오랜 지혜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치료법을 개발하였다. 수용전념치료(ACT)에 기반을 둔 그의 심리치료법은 변화보다 수용의 중요성을 일깨움으로써 수치심과 죄책감, 열등감으로 얼룩진 사람들에게 당당하고 자유롭게 인생의 시련을 헤쳐나갈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본저 책날개에서 일부 인용
저자가 직접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그의 저서를 읽는 내내 책을 보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선생님과 마주앉아서 진료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도 속물적인 독자인지라 가격에 비해 얇고 가벼운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엥? 분량이 좀 적지 않나?'하는 알량한 생각을 잠시 품었는데, 치료를 위해 내원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니 나름대로 수긍하게 되었다. 덕분에 다 읽고나니 병원 문을 막 나서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지금의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있나요?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자기비난의 목소리를 아래와 같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쉼표(,)가 등장할 때마다 독자들이 저자와 자기 내면의 질문에 답해보기를 권한다.
1.신랄하고 가혹한 '비평가'
언제나 남들보다 나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목소리.
늘 뭔가를 트집잡고, 훈계를 늘어놓는다.
2.번아웃증후군을 부르는 '잔소리꾼'
자본주의와 경쟁사회의 전형적인 목소리.
항상 '조금만, 조금만 더!'를 외치며 절대 만족하는 법이 없다.
3.언제나 사랑받고 싶은 '평화주의자'
모두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목소리.
문제는 자신의 욕구나 기분에는 전혀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다.
책 초반부터 저자는 독자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현재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지,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도 나의 부족한 면을 인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불쾌하거나 고통스러운 순간까지도―그 자체로 허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바로 다음 대목에서 이 질문에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 것이라고 덧붙임으로써 독자를 나름대로 안심시킨다.
자기비난에 대처하는 방법 : 담담하게 마주하기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는 '자기비난'. 저자는 이 자기비난이 인간의 내면을 갉아먹는 존재라고 규명함과 동시에, 이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여기에 덧붙여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적인 자기 발전 기제'로 여기는 마음의 소리―개선을 위한 반성 혹은 질책―가 오히려 교묘하게 위장하여 스스로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불평꾼이라는 사실을 꼬집는다.
그는 자기비난의 목소리를 단순히 회피하고 떨쳐내기보다는, 그 실체가 무엇인지 객관화하고 정확하게 인지할 것을 권한다. 그는 스트레스를 아예 받지 않는 것보다는 스트레스가 찾아왔을 때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상태를 보다 건강한 심리로 규정한다.
아울러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오히려 경계한다. 불쾌함과 고통이 찾아왔을 때 이를 뿌리치려 하지 않고 담담하게 마주해야만 그것을 견뎌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달갑지 않은 경험을 피하기 위해 해당 사건의 부정적인 측면을 무시하고 긍정적인 측면에만 주목하려 한다면, 그 순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 했을 때 그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고통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새로운 고통을 만들어내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우리가 쓰라린 고통을 충분히 느낄 때 오히려 충격을 완화할 수 있으니, 그 순간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라고 그는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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