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추리]스캔들 by G.K. 체스터튼
by 첼시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
소제목은 Giovanni Guareschi의 소설 『Mondo Piccolo: Don Camillo』(1952)에서 인용했다. 판본 제목은 여러 가지인데, 해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탈리아 영화 <Don Camillo>(1983)의 국내 제목이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이기도 하고, 운율도 잘 맞아서 소제목으로 넣었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제5권 『스캔들』에는 총 아홉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폭발하는 책>, <풀 수 없는 문제>, <브라운 신부의 스캔들>, <퀵 원>, <블루 씨를 쫓아서>, <그린 맨>, <마을의 흡혈귀>, <핀 끝이 가리킨 것>, <공산주의자> 순이다.
스캔들이라 하기에는 너무 약한 해프닝
5권째 읽으면서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트릭 패턴은 다 내 손아귀에 넣었다. 어쭙잖은 애호가 주제에 거장에게 건방 떨어서 죄송합니다. 체스터튼이 주로 즐겨쓰는 것은 '거울' 기법, 다른 말로 하면 바꿔치기, 뒤집기 정도가 되겠다. 그 대상은 인물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장소, 사건의 시점 등도 드물게 있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도 A가 B라면 어떨까, 아니면 B가 A인척 하고 있는데 사실은 C라면? 이라는 생각을 계속 했고, 그 예감은 거의 다 맞아들어갔다. 거듭 말하지만 추리소설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은 '트릭을 풀었다'가 아니라, '이런 트릭이었다니!'이기 때문에, 범인과 범행수법을 맞혀도 그다지 기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핀 끝이 가리킨 것>. 그나마 트릭이 가장 복잡했던 작품이긴 한데, 중단편 미만의 짧은 분량이어서, 내용이 가지를 뻗다 만 것 같은 게 아쉽다.
"추리소설은 독자가 스스로 바보임을 느껴야만 만족해할 수 있다."
추리소설은 독자가 스스로 바보임을 느껴야만 만족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소설과는 다르다. ...(중략)... 범죄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 듯한 인물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일어난 범죄가, 앞서 말했던 설정들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것이다. 이후에는 물론, 심리적으로 납득을 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를테면 정원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에서나, 여성의 침실에 있는 압지 위에 남아있는 붉은 잉크 자국에서 실마리를 얻었다고 하든지 말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경찰들에게만이 아니라 심리학자들에게도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본문 p.347 '이상적인 추리소설'에서 인용
체스터튼은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의 특성에 대해서 이미 잘 파악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러하니 많은 이를 사로잡을 수 있는 소설을 집필했겠지. 하지만 정작 그가 사용하는 기법이 작품을 거듭할수록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게 나에게는 다소 식상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이었던 것은, 시각적 이미지에 특화된 그의 표현들이었다. 회화를 그려내듯 인물과 배경을 묘사해내는 체스터튼의 표현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음 추리소설 시리즈는 무엇으로 해야할까. 조상님 격인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중 미처 훑지 못했던 게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겠다. 포의 소설은 음산하고 오싹한 구석이 있지만, 그런 게 오히려 독자를 매료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여겨진다.
□투덜거리긴 했어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브라운 신부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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