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소설-추리]교차로의 밤 by 조르주 심농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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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와 '세 과부 집'의 미스터리

매그레 시리즈 제 6권.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추리소설이 아니라고 누누이 얘기해왔지만, 느릿느릿 6권까지 왔다. 아무래도 블로그에 독후감을 남기다보니 뭔가 강압적으로라도(...) 꾸준히 읽게 되는 듯. '추리소설'로서의 매그레 시리즈는 내 구미를 크게 당기지 않지만, '문학작품'으로서의 매그레 시리즈는 꽤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이번 권은 흥미로운 요소들이 곳곳에 있어서 여느 때보다 더 즐겁게 읽었다.


작품의 서두는, 무려 열일곱 시간이라는 기나긴 심문 끝에 지친 매그레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가 상대한 이는 덴마크의 귀족 카를 안데르센. 카를은 3년 전 누이 엘세와 함께 프랑스로 건너와 일명 <세 과부 교차로>에 있는 시골집 하나를 얻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카를의 낡은 차가 그의 이웃인 보험업자 미쇼네의 차고에서, 반대로 미쇼네의 번쩍거리는 새 차는 카를의 차고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그 미쇼네의 차에는 이자크 골드베르그라는 다이아몬드 상인이 총에 맞아 살해된 채로 쓰러져 있었다. 매그레 반장은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카를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보지만, 그가 사건을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도, 동기도 찾아내지 못한다. 매그레는 정황상 유력한 용의자라는 것 외에는 카를을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그를 풀어주게 된다.


매그레를, 그리고 독자를 매료시키는 몇 가지 장치들

이전의 사건들과는 달리 이번 권에서는 안데르센 남매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흔들리는(...) 매그레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열일곱 시간 동안의 심문에도 귀족 특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는 카를, 그리고 은근하게 관능미를 풍기면서도 소녀처럼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엘세. 매그레는 특히 지금까지 만나본 어떤 여인보다도 묘한 매력을 품고 있는 엘세를 앞에 두고 사춘기 소년처럼 얼굴까지 붉히며 쩔쩔맨다. 그 모습은 그 동안 반석처럼 우직하고 굳건했던 그의 성품과는 사뭇 다른 면모이다.

유럽 출신의 신비스러운 귀족 남매와, 동기도, 수법도 특정하기 힘든 범죄. 이러한 요소들은, 범인이 누구이며 어떤 방식으로 트릭을 완성시켰을지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나 역시 이번 권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추리만화(...)들과 일견 비슷한 느낌을 받았고―물론 심농의 작품들이 그것보다 몇 세대 더 앞서있는 것이지만―그런 덕분에 작품을 더 흥미진진하게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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