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반]동물농장 by 조지 오웰(펭귄클래식 004)
by 첼시<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상품 페이지>
펭귄 클래식 시리즈의 표지는 전체적으로 잘 디자인된 편인데, 그 중에서도 『동물농장』의 그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다소 권위적인 느낌의 붉은 별과 함께 구석에 자그맣게 그려진 돼지. 이미지 한 장으로 『동물농장』이 비치는 함의를 잘 축약해냈다. 그러나 이 멍청이는 다른 사진 실컷 찍어놓고 표지 사진 찍는 걸 까먹어서 퍼왔다...
조지 오웰 George Orwell(1903-1950)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Eric Arthur Blair. 1903년 인도에서 태어났다. 1907년 가족이 영국으로 이주함에 따라, 오웰은 1917년 이튼 칼리지에 입학해 여러 학교 잡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실었고, 이후 다른 잡지에도 글을 기고했다. 그는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한편, 정치와 문학에 관련된 글도 꾸준히 집필했다.
오웰의 유일한 정치적 우화인 『동물농장』(1945)과 디스토피아 소설 『1984』(1949)는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 당시 입었던 부상으로 인해 건강이 그리 좋지 못했던 그는 1950년 1월 작고했다.
- 본저 책날개 인용 및 2차 가공
조지 오웰의 대표작 『동물농장』. 그의 또다른 작품인 『1984』와 함께 사회 부조리를 풍자적으로 비판하는 우화 소설이다. 한줄로 뭉뚱그리자면, 인간 농장주의 억압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던 동물들이, 결국은 함께 혁명을 일으킨(것이라고 여겼던) 돼지들에게 이전과 동일한 형태의 압제적 지배를 받게 되는, 그리고 그 돼지들은 기존의 인간 농장주를 닮아간다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체제 전복이 가져다주는 자유, 그 달콤함 :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
영국의 '장원농장' 주인 존스 씨가 잠든 어느날 밤, 모두에게 존경 받는 수퇘지 '메이저 영감'은 자신이 꾼 꿈의 내용을 동물농장 식구들에게 전한다. 인간에게 저항함으로써 억압에서 벗어나 모든 동물들이 풍요와 자유를 누리는 꿈같은 시대의 도래를 역설한 것이다. 동물들은 이에 깊이 감화되어, 존스 씨를 몰아내고 장원농장을 '동물농장'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다. 혁명 이후의 질서는 두 마리의 수퇘지, 나폴레옹과 스노볼에 의해 정립된다. 동물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다음과 같은 일곱 계명을 제정한다.
1. 두 발로 걷는 자는 누구든 적이다.
2. 네 발로 걷거나 날개가 달린 자는 누구든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으면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침대보를 깔고 자면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 어떤 동물도 너무 많이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 →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
- p.50-51 본문 인용 및 2차 가공
※작중 내용 전개가 됨에 따라 날조수정된 계명은 '→' 기호와 함께 밑줄로 수정 내용을 표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물들은 글을 익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지능이 낮았기 때문에 위 내용을 전부 외울 수 없었다. 영리한 수퇘지 스노볼은 고심 끝에 일곱 계명을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 라는 한 줄 짜리 구호로 요약한다.
현재진행형 우화 :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
존스 씨를 쫓아낸 직후의 동물농장은 그야말로 낙원을 방불케 했다. 농장을 구석구석 손바닥 보듯 잘 알고 있던 동물들은 낭비되는 작물이 없게끔 바지런히 일했다. 물론 돼지들은 몸을 쓰는 일 없이 오로지 지휘를 할 뿐이지만, 그들의 고등한 두뇌 활동에 비하면 육체 노동이 뭐 대수인가! 그 덕분에 존스 시절에 비해 먹이 배급량은 한층 늘어나고, 동물농장은 풍요로운 황금기를 맞이한다.
어느 날 스노볼은 노동시간 단축 및 생산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풍차 건설을 제안한다. 그러나 그와 사사건건 부딪치던 나폴레옹은 그 작업에 매달리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이를 반대한다. 결국 동물농장 식구들은 풍차 건설 여부를 표결에 부치지만, 투표 당일에 나폴레옹은 자신이 몰래 길들인 맹견 아홉 마리를 풀어놓아 경쟁자를 공격한다. 스노볼은 혼비백산해 달아나고, 이후 다시는 동물들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후, 나폴레옹은 사실 풍차는 자신의 아이디어였으나 스노볼이 이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다시금 풍차 건설을 추진한다.
명분이 실린 억압 : 전체주의로 향하는 지름길
스노볼이라는 정치적 라이벌이 사라지자, 나폴레옹의 지배력은 한층 강화된다. 메이저 영감에게 이어받은 혁명의 유지―모든 동물들은 그 특성에 관계 없이 평등하며 형제이다―는 어느새 빛이 바랜지 오래였다. 게다가 동물들의 근로 시간은 늘어나고, 노동 강도는 가혹해졌다. 설상가상으로 건설중이던 풍차는 비바람에 무너지고, 추위로 인해 일부 남아있던 식량마저 못 쓰게 되었다.
고된 노동에 허덕이는 동물농장 식구들의 불만은 식량 부족 사태와 함께 급속도로 가중되었다. 그러나 동물들에게는 허기와 빈곤보다 더 무서운 적이 있었다. 그들은 이제 체제 외부의 '존스' 외에도, 체제를 이탈한 '스노볼'이라는 존재가 위협적임을 깨닫는다. 아무도 스노볼을 다시 본 적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농장에 해악을 끼치고 있었다. 창문이 깨졌다거나, 배수구가 막히고, 열쇠가 사라지는 등 온갖 골칫거리는 전부 스노볼의 소행이었다. 믿음직한 '지도자 나폴레옹 동무'는 동물농장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들의 범인이 모두 스노볼임을 밝혀내고, 그와 내통했다고 자백하는 동물들은 가차없이 처단하는 결단력을 보인다.
자기배반적 혁명의 결론 :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더 좋다.
나폴레옹의 1인 지배 체제는 점점 공고화되어간다. 위대한 지도자에게 도전하던 일부 불순 분자들이 있었지만, 그는 그 무리를 척결함으로써 농장의 안위를 지켜낸다. 굶주림, 고생, 절망이 점철된 생활이라 하더라도 동물농장의 일원은 다른 농장의 동물들과 다른 특권을 누린다. 이곳만이 영국 전역에서 인간의 지배를 받지 않고, 동물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유일한 농장이 아니던가.
동물농장의 식구들은 이제 모든 돼지들에게 특별한 예우를 갖추고 경의를 표해야만 한다. 우월한 지능을 갖추고 있으며, 각종 보고서와 씨름하느라 어마어마한 수고를 들이는 그들에게 특권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기 때문이다. 요약된 구호를 연호하던 양들은 이제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더 좋다."고 외친다.
돼지들은 점점 인간을 닮아간다. 그들은 두 발로 걷기 시작하고, 존스 씨와 그 부인이 두고 간 옷을 입으며, 맥주와 함께 카드놀이를 즐긴다. 나폴레옹은 이웃의 인간 농장주들을 초대해 친목을 나누며, 이제는 동물농장이라는 이름을 폐지하고, 올바른 원래의 이름인 '장원농장'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다.
열두 개의 목소리가 분노에 차서 소리치고 있었는데, 모두 똑같았다. 그러자 돼지들의 얼굴에 일어났던 변화가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밖에 있던 동물들은 돼지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돼지로, 그리고 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미 어느 것이 돼지의 얼굴이고 어느 것이 인간의 얼굴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 p.159 본문 인용
오웰은 『동물농장』을 통해 변질된 혁명의 위험성을 역설한다. '존스'로 대변되는 기존의 특권층을 비판하고 무너뜨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같은 동무이자 지도자인 '나폴레옹'에 대한 쓴소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혁명을 위협하고 상대편 세력에 영합하려는 반동 분자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구분되는 특권층에 의한 억압보다, 명분을 내세워 은근하게 구성원을 압박하는 그것이 더욱 악랄하다. 후자는 구성원에 대한 차별과 학대를 자연스레 정당화하며, 그 과정에서 오는 고통과 희생을 달콤한 미래로 가는 여정이라고 교활하게 포장하기 때문이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SF]타임머신 by 허버트 조지 웰스(펭귄클래식 100) (0) | 2019.02.20 |
---|---|
[소설-추리]로마 모자 미스터리 by 엘러리 퀸 (4) | 2018.12.06 |
[소설-일반]카르멘 by 프로스페르 메리메(펭귄클래식 123) (0) | 2018.08.29 |
블로그의 정보
Chelsea Simpson
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