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음식]철학이 있는 식탁 by 줄리언 바지니

2019. 7. 7. 06:30

"저자는 대규모 산업과 체인 레스토랑의 폐해는 물론이고,

유기농과 지역 생산 재료로 만든 음식의 우월함에 대해서도

자기만족적인 가정을 철저하게 해체한다."


- 스티븐 풀 Steven Poole의 추천사, 본저 뒷표지에서 인용


줄리언 바지니 Julian Baggini(1968-)

줄리언 바지니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 겸 칼럼니스트이다. 철학 계간지 『철학자들의 잡지(Philosopher's Magazine)』의 공동 발행인이자 책임 편집자이며, 『가디언』, 『인디펜던트』, 『옵저버』 등의 잡지에 철학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사회 문제와 철학적 주제를 둘러싼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글쓰기를 선보인다.

그가 저술한 『철학이 있는 식탁』에서는 유기농, 친환경, 동물 복지, 지역 생산 재료 등 음식을 둘러싼 논의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것이 개인의 삶과 일상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 출처 : 책날개, 표지 인용 및 2차 가공


식탁의 미덕

줄리안 바지니의 『철학이 있는 식탁』, 원제는 『The Virtues of the Table』, 즉 직역하면 '식탁의 미덕'이다. 저자는 인류의 오랜 숙제인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를 화두에 놓는다. 그는 식생활이 단순히 삶의 수단이나 목적 중 어느 하나에 경도되기보다는, 그 자체로써 삶의 일부를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고 본다.

『철학이 있는 식탁』은 1부-모임, 2부-준비, 3부-먹지 않기, 4부-먹기의 총 4부로 구성된다. 바지니는 파트를 쪼개어 소제목을 붙이고, 챕터 말미에는 해당 글에 어울리는 요리법을 덧붙여 소개한다. 각각의 글은 '식사'가 단순히 음식물을 씹어 삼키고 소화시키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갖고 있는 일종의 미덕과 철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임을 역설한다.


먹기, 혹은 먹지 않기에 대한 생각

바지니는 초반부터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파고든다. 식재료의 자급자족이 가져다주는 환상을 깨부수고, 유기농법이 일반적 인식에 비해 덜 친환경적일 수도, 품질이 못할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채식주의의 윤리성에 대한 반박이다. 저자는 인간이 동물을 먹기 위해 도살하는 것과, 야생에서 먹이사슬로 인해 벌어지는 살육이 어떤 의미에서는 유사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유사성이 도살의 잔혹성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며, 육식 역시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식탁 다시 보기 : 단면적 올바름에서 벗어나기

바지니는 전통적으로 굳건했던 신화에 대해서도 역시 꼬집는다. 그는 이탈리아의 경우, 소스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마토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였음을 예로 든다. 옛 관습에 의존해 그것을 그대로 따르기만 하는 것은 고착화된 과거를 숭배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성장과 발전을 단절시킬 뿐이다. 그는 최선의 전통이란,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며, 과거의 유산 가운데 좋은 부분을 선별해 미래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또한 문명의 힘을 빌리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지 말 것을 촉구한다. 흔히들 현대 기계 설비보다는 손으로 정성껏 만든 요리에 더 큰 가치를 두며, 그것이 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바리스타가 항상 최상의 품질로 에스프레소를 뽑을 수 없다면―혹은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지나치가 많이 필요하다면―, 뽑는 이에 상관 없이 버튼 한 번 누르는 것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네스프레소 머신이 더 바람직한 방법일 수 있다.

줄리안 바지니는 먹는 법을 아는 것이 곧 인간의 영혼―육체적 존재의 속성을 아는 것이라고 본다. 삶이 선사하는 진짜 쾌락을 음미하는 것은, 우주가 자신에게 내민 선물을 기품있게 받아들이는 행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