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반]카프카 단편집 by 프란츠 카프카.
by 첼시
<카프카 단편집>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권혁준 옮김
어느 작가가 자전적인 경험과 내면 성찰을 토대로 작품을 짓지 않겠냐마는, 카프카는 남달리 자아의 밑바닥에 진흙처럼 끈적끈적하게 쌓인 어둡고 습한 면을 깊이 파고드는 경향이 짙다. 작품 속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카프카가 그 자신의 생을 직접적으로 투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읽었던 소설 대부분은 작가가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내용을 전개하는 방식의 서술을 취하고 있는데 유독 카프카의 작품만은 자신을 화자로 삼아 시를 한 편 쓰는듯, 수필을 적어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에는 총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선고>, <변신>, <시골 의사>,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단식 광대> 순이다.
이 중 <선고>와 <변신>은 카프카 자신을 주인공으로 쓴 듯한 작품이다.
<선고>는 결혼을 앞둔 게오르크 벤데만이라는 청년이 러시아에 있는 옛 친구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는 편지를 쓰려다가 그 편지를 쓰려고 한다는 내용으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아버지의 힐난과 책망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하는 내용이다. <변신>은 성실한 외판원이었던 그레고르 잠자라는 청년이 어느날 아침 일어나보니 흉측한 갑충으로 변했다는 황당한 줄거리다. 그가 갑충으로 변한 직후에는 그의 직장에서 출근할 것을 독촉하러 오고, 그의 가족이 그의 건강과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등 가정의 구성원들이 그에게 금전적인 부분을 상당히 의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없이도 가족들이 스스로 노동을 하고가계를 꾸려나가게 되자 그를 가족에게 해를 끼치는 암적인 존재로 치부하고 점점 소외시키게 된다. 그레고르는 점점 가족 사이에서 외면당하다가 종국에는 쓸쓸히 죽음을 맞게 된다.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죽은 것을 확인한 뒤 홀가분한 기분으로 나들이에 나서게 된다. 두 작품 모두 비현실적인 요소가 곳곳에 들어가있기는 하나 주인공이 처해있는 상황 자체는 가족들과 어느 정도 갈등을 빚고 있던 카프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해서 오히려 현실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시골 의사>는 한 소년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왕진을 가려던 시골 의사가 집에 있는 젊은 하녀를 두고 떠나와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내적인 갈등에 휩싸이고 불안한 심리로 인해 자신이 해야할 치료에 집중하지 못하고 일종의 환상을 끊임없이 떠올리는 등 슈베르트의 <마왕>을 옮겨온 듯한 몽환적인 전개와 안개 속에 싸인 듯 음울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꿈 속을 노니는 듯한 내용 자체가 소설이라기보다는 기나긴 산문시를 적어내려간 느낌이다. 이 작품이 카프카의 단편 중에서 손에 꼽히는 역작이라고 평가받는다는데 나의 개인적인 감상은 읽어내려가면서 나 역시 습한 안개가 가득한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기분이라 찝찝하고 불쾌했다.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와 <단식 광대>도 묶어서 볼만한 작품이다. 앞의 작품은 인간 사회에 완전히 적응하려고 애쓰는 원숭이,
뒤의 작품은 관중들의 환호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공연에 도전하는 광대가 주인공이다.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는 퓨처라마의 <Mars University>라는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읽으면서 마음이 영 불편했다.
그의 단편집 중 마음에 드는 것은 <변신> 뿐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모두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고 감정이 까라져서 개운치 못한 기분이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추리]13호 독방의 문제 by 잭 푸트렐 (6) | 2014.05.25 |
---|---|
[소설-일반]외투(단편선) by 고골리 (0) | 2014.04.26 |
[교양-음식]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by 제프리 스타인가튼 (2) | 2014.04.22 |
블로그의 정보
Chelsea Simpson
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