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을 보이고 있는 첼시세끼(4.12-4.18+じゅん♥)

오늘/첼시세끼♬

2020. 4. 19. 06:30

4월 12일 일요일


밥 먹어야지...라고 아침 8시부터 생각했으나 먹기 위해 움직이고 싶은 의욕이 조금도 나지 않았다.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몸을 옮길 수 있었다.

컵라면도 절반 정도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어제처럼 면을 반으로 쪼갰다. 씹는 맛 좋은 총각김치도 함께.

아쉽게도 쪼갠 면도 다 먹지 못해서 그중 절반은 할 수 없이 남겼다.


입...까지는 먹겠다고 음식을 넣을 수 있는데 그걸 삼켜서 식도로 넘기는 게 너무 힘들다.

침을 삼키는 것도 쉽지 않다. 목이 칭칭 감긴 가마우지가 된 기분.

말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매우 버겁다. 한글자 한글자마다 울음이 터질 것만 같다.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눈물이 방울져 떨어지는 바람에 뭘 쓸 수도 없고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하지...

몇 시간만 기다리면 괜찮아질까. 이따 저녁에는 달라질 거야.

먹어도, 먹지 않아도, 어떤 나여도 괜찮으니까 할 수 있는 걸 하자,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저녁에 치킨이 먹고 싶어졌는데 분명히 사오면 거의 못 먹을테니... 하고 고민하다가 편의점에서 스모크 닭다리를 샀다.

어릴 때 아빠가 사다주시던 훈제치킨 생각이 나서 낮에 한 식사보다는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4월 13일 월요일


집 근처 순댓국집에 갔는데 메뉴가 천원씩 올랐다. 하지만 올라도 한 그릇 6,000원인데다가 아주 푸짐하지. 그 전이 너무 저렴하긴 했다.

나는 식사를 밖에서 하거나, 남과 함께 하거나, 정성스럽게 준비된 코스 혹은 한상 차림으로 먹거나 하면 비교적 개선된 자세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특히 남이 요리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본 다음에 완성된 음식을 먹으면 그 수고스러움이 고마워서 더 마음을 다잡고 식사할 수 있고.

이날 아침도 그걸 노리고 일부러 나와서 식사했다.

밥을 먹을 때는 마스크를 벗을 수 밖에 없어서 구석 자리에 앉아 벽을 마주하고 식사했다.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었다. 밥은 절반만 먹었지만 반찬과 순댓국은 남기지 않았다. 다 먹고 나서도 평온했다.

식사를 마친 뒤 집에 있는 뚜껑 달린 유리 머그를 들고 나가서 이디야 밀크티를 포장해왔다.

쓰레기를 만들기 싫어서 컵을 준비해간 건데 200원 할인 받으니 생각지도 못한 덤이 생긴 것 같아서 기뻤다.


저녁은 간장치킨 맛초킹.

똑같은 메뉴를 얼마 전에도 먹었는데 그 때는 혼자 식사했고 이날은 혼자가 아니었다.

분명 그 치킨 그대로인데 맛이 다르다..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나눠먹는다는 건 묘한 힘을 가지고 있구나.


4월 14일 화요일


엄마가 끓여주신 소고기 미역국을 먹었다.

언제 먹어도 기분 좋아지는 맛. 온몸에 가득 스며들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하늘하늘한 미역에 질좋은 소고기가 듬뿍 들어있어서 매 숟가락마다 고기가 딸려오니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점심은 제주도 고등어와 새로 지은 쌀밥.

엄마가 나 구워주신다고 좋은 고등어를 이번에 새로 사셨는데 엄청나게 크고 통통한 놈이었다.

여전히 가시 바르는 데 애를 먹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뼈와 살을 분리했다.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열무김치와 도라지무침도 먹었는데 아삭아삭 오독오독 씹는 맛이 살아있어서 먹을 때마다 감탄했다.


저녁은 근처 이마트에서 사온 연어회.

락교와 초생강을 좋아해서 그것도 함께 샀다.

연어회는 아마도 단품 회를 뜨고 남은 자투리 부위를 손질해 회덮밥용 등으로 잘게 썬 듯.

정갈하게 한 판 담겨나오는 건 내가 먹기에 너무 많아서 일부러 양이 적은 이걸 골랐다.

이것도 먹다보니 적지 않았지만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정도여서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었다.


4월 15일 수요일


카메라 들고 다녀서 사진은 다 미러리스로 찍었다.

아침은 자느라 못 먹었고 점심은 근처 우동집에서 토리텐 붓카케.

원래 차가운 우동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다.

다만 양이 제법 되어서 우동면도 함께 주문한 카키아게도 반씩 남겼다.

맛있었는데 다 먹지 못해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저녁은 성심당에서 사온 빵 몇 가지.

내가 좋아하는 카레고로케에 작은 메아리와 토요빵을 조금씩 뜯어서 곁들였다.

사진 속 빵을 다 먹은 뒤 더 먹고 싶어서 남은 빵을 입에 넣었는데 삼킬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포기...


4월 16일 목요일


아침은 카레.

너무나도 정직한 초딩 시절 급식처럼 샛노란 카레가 나와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그 때를 회상하며 식사했다.

유부가 들어간 국물은 아주 심심했지만 카레라이스와 함께 먹으니 나쁘지 않았다.

카레 루는 다 먹었지만 밥은 조금 남겼다.


점심은 절친이 쏴준 초밥. ㅋㅋ

이것 외에도 샐러드, 튀김, 소바까지 골고루 나와서 아주 포식했다.

전체적인 양이 상당히 푸짐해서 마지막에 먹은 흰살생선초밥 세 점은 위에 올려진 회만 먹고 밥을 남겼다.


점심식사 마치고 친구집으로 가서 차 두 잔 마시고 커피까지 마시고 케이크에 타르트 과자에 말린 과일에 와플에...

외갓댁 간 기분이었다. 정말 이렇게 나를 끝없이 먹이다니 당신은 대체...

집에 가는 그 순간까지도 더 먹여주려고 했어. 굉장해. ㅋㅋㅋㅋㅋ

물론 하나하나 다 맛있고 즐겁게 먹었다. 기분 좋은 시간. :)


저녁은 싸이버거 단품을 포장해와서 먹었다.

식사하기 전에 잠시 목욕을 하는 바람에 약간 식었지만 미지근한 채로도 충분히 맛있었다.

남기지 않고 다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거의 1시간에 걸쳐서 아주 천천히 조금씩 나누어서 먹었다.

무사히 맛있게 식사를 마친 내가 대견하게 느껴졌고, 묘한 성취감이 스스로를 채우는 것 같아서 좀 웃기다 싶었지만 그대로 좋았다.


4월 17일 금요일


얼핏 보이는 덮밥의 노란색을 보고 또 카레인가 조금 아쉬움을 느낄 뻔 했는데 받아보니 참치마요 덮밥이었다.

통조림 참치, 볶음김치, 달걀지단, 단무지, 김자반이 들어있고 셀프로 마요네즈를 뿌려먹으면 된다.

사실 참치마요, 치킨마요, 스팸마요 이런 류의 덮밥은 사먹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 먹게 되니 설렜다. ㅋㅋㅋㅋㅋ

이름은 덮밥이지만 아무래도 팍팍 비벼서 먹어야할 것 같아 온 힘을 다해 열심히 비볐다.

볶음김치가 듬뿍 들어가서 밥이 다소 짭짤했는데 옆에 있는 싱거운 된장국과 함께 먹으니 나름 잘 맞았다.

한 술 가득 떠서 입을 와앙 벌리고 넣어 우물우물 씹는데 그런 과정이 싫지 않았다.

식사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내 모습이 좋았다.


점심은 갈비탕.

마침 비오는 날이어서 따뜻한 게 먹고 싶었는데 내가 원하는 바를 그대로 충족시키는 식사였다.

달큰한 국물에 뼈 뜯는 맛도 좋았다.


저녁은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고등어.

옆에 열무김치와 총각김치도 있는데 그냥 내 접시만 찍어서 나머지는 앵글 밖에 있다.

맛있다, 포만감이 든다, 그래서 즐겁다, 하는 느낌들이 끊기지 않도록 애쓰면서 식사했다.


4월 18일 토요일


아빠가 해주신 김치볶음밥.

접시에 한가득 담아주신 걸 절반 이상 덜어내고 먹었다.

물론 한 그릇 다 먹을 수 있긴 하지만 그러고나면 느껴지는 포만감이 좀 괴롭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주전부리까지 먹었는데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점심은 명란크림파스타와 카프레제.

면을 0.6인분 정도로 적게 준비하긴 했는데 그래도 생각 외로 양이 좀 많게 느껴졌다.

한 끼 정도 과식할 수 있기는 한데 이게 이어지면 버거우니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은 항정살구이와 양파채, 각종 쌈채소.

밥은 나중에 1/3공기 정도 따로 덜어서 먹었는데 사진에는 빠져있다.


내가 섭식장애를 경감시키기 위해 요즘 식사하면서 경계하는 건 다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서두르기, 욕심 내기, 고집 부리기.

급하게 먹으면 내가 먹어도 괜찮은 양을 지나쳐서 더 먹게 되고,

욕심을 내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과식하게 되며,

고집을 부리면 예전에 먹었던 양을 지금도 먹을 수 있다고 착각해 많이 먹게 된다.

그래서 여유롭게, 적당히, 할 수 있는 만큼 먹고, 그걸 성공적으로 해낸 스스로에게 대견하다는 칭찬을 잊지 않는다.


남들 다 별일 없이 하는 식사를, 내가 뭐라고 이렇게 유난 떨면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따금 든다.

그래도 나의 부족함을 탓하기보다는 어서 회복하는 데 전념하는 게 더 현명한 방향이니, 되도록 냉소적인 사고를 지양하려고 노력중이다.


여기부터는 분위기 전환해서 명랑한 이야기.

종종 글 읽으러가는 (내적 우정 쌓은 ㅋㅋ)블로그 친구분 글에서 본 동물상 테스트를 나도 해보았다.

사진을 서너 장 바꿔가면서 해보고, 달랑 눈만 나온 사진도 올려보고 했는데 결과는 죄다 99% 토끼상.

신기해서 준이에게도 알려줬는데, 토끼가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해서 빵 터졌지만 그래도 기뻤다. 헤헤... :D


네이티브 앞에서 설치는 설치류.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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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귀엽게 봐주어서 고맙군.


暖かくて機転が利くじゅんがいますから多く嬉しいですね。  ꒰◍ˊ◡ˋ꒱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