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반기는 첼시세끼(4.26-5.2+じゅん♥)

오늘/첼시세끼♬

2020. 5. 3. 06:30

4월 26일 월요일

볶음밥을 또 먹고 싶어하는 날 위해 아빠가 한번 더 솜씨를 발휘하셨다.

샛노란 달덩이 같은 써니사이드업의 노른자.

고소하고 부드럽고 맛있는 볶음밥이었다.


구성이 좀 희한해보이지만 어쨌든 점심 식사.

상추 잔뜩 뜯어서 수북하게 쌓은 다음 유자드레싱을 뿌려서 먹었다.

닭가슴살 완자에 매콤한 소스 뿌리고 밥도 곁들여서.


내 식사량이 적은 편은 결코 아니다.

쌀밥만 조금 담을 뿐 반찬은 정말 많이 먹고 있다.

주전부리도 챙겨먹고 싶은데 밥까지 든든하게 먹어버리면 간식을 먹기 힘들어서 일부러 그것만 조심하고 있다.


위 사진은 내가 종종 먹는 주전부리 한 상.

저렇게 카페라떼와 과자 한두 줌 정도 먹을 때도 있고, 토마토 한두 개, 혹은 사과 반 개 정도 먹을 때도 있다.

대개는 사진 속 과자의 절반 내외 쯤 꺼내놓지만 이날은 뭔가 풍성해보여서 따로 사진을 남겼다.


아... 저녁은 충동적으로 주문한 치킨인데, 파티원이 이날따라 부진해서 내가 너무 활약해버렸다.

많이 먹었어... 반 마리는 먹은 것 같아(=원래 1인 1닭하던 교양인)... 이 느낌이 굉장히 불편하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 양을 대강 계량화시켜보면 다음과 같다.


○○○○○○○○○○ → 섭식장애 이전에 최대한 먹을 수 있었던 양

○○○○○○○ → 섭식장애 이전에 일반적으로 먹곤 했던 양

○○○ → 섭식장애 이후에 일반적으로 평소에 먹고 있는 양

○○○○○○ → 섭식장애 이후에 먹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양


몸은 섭식장애로 인해 배부름에 대한 역치가 상당히 낮아진 상태인데, 머리는 그걸 자꾸만 잊고 더 먹으려고 든다.

그래서 식사할 때마다 이 부분을 유념하지 않으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양보다 더 먹게 되고, 그러면 또 괴로워진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적은 양을 먹어도 충분히 생기는 포만감, 또 이후에 먹을 주전부리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과식을 경계해야한다.

(주전부리까지 먹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그건 식이 패턴이 충분히 안정된 다음에 생각할 부분이다)

요새는 반납도 하지 않고 웬만하면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하게 식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단 기록을 계속 하는 이유는, 아직도 나의 섭식은 외줄타기처럼 위태로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과 같은 예상치 못한 과식이 있었을 때, 조금만 방심하면 또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버릴 수도 있다.


역시나 이번에도 치킨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버려서 급격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소화제를 먹을까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가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다.

1시간 정도 걷고 막바지에는 10분 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했더니 불편한 느낌이 좀 가셨다.

되도록이면 먹는 단계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겠지만, 이미 일이 벌어졌다면 가벼운 운동 등으로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도 괜찮겠다.


4월 27일 월요일

미역국과 고등어.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반찬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있다.

둘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엄마표 음식들.

아빠가 이날 아침에는 다소 기합을 넣고 밥을 안치셨는지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으면서도 쫀득했다.

감동적인 식사였어...


점심은 문돈불고기(문어+돼지고기).

시판 낙지볶음 양념을 써서 칼칼한 맛을 내고, 마지막에 토치를 사용해 불맛을 더했다.

쌈채소 곁들여서 든든하게 먹고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은 아침에 먹었던 고등어와 각종 밑반찬.

도라지 처돌이답게 끼니마다 도라지무침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녁 먹고 주전부리도 먹고난 다음에도 허전해서 사과가 먹고 싶어졌다.

여기에는 PMS로 인한 통증과 신경질적인 기분도 한몫했다.

하지만 여전히 배가 부른 상태인데 여기서 뭔가 더 먹는다면 괴로워질 것이 분명하다.

고민하다가 탄산수에 찻잎을 넣어서 냉침해 마셨다.

잉여 칼로리와 포만감을 떠안지 않으면서도 청량감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식도 쪽 점막을 생각하면 탄산수도 마시지 않는 게 좋지만... 천천히 줄여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4월 28일 화요일

아침은 갑분떡국...

엄마가 황백지단까지 준비해주셔서 예쁘고 맛있는 떡국을 먹을 수 있었다.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떡 씹는 맛이 좋았다.


아침 먹고 집 근처에 있는 야트막한 언덕에 산책하러 다녀왔다.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 찍은 건 물구나무서기하고 걸어다녀서...가 아니고, 평상에 잠깐 누워있었기 때문.


외출에서 돌아와 스키야키와 토마토를 먹었다.

목욕하고 나오니 엄마가 이미 점심 준비를 다 마치셔서 덕분에 나는 편하게 식사했다.


저녁은 내가 토치로 불질한 떡갈비. ㅋㅋ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쪼개어놓았다.

불이 닿아서 더 맛있었는데 티가 안 나네...

다 먹고도 아쉬워서 입맛만 다시다가 돌아섰다.


4월 29일 수요일

낮에 부모님과 데이트하기로 해서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싶었던 과자와 카페라떼 한 잔으로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점심은 부모님과 외식.

지난번 갔던 우동집이 맘에 들어서 모시고 가서 내가 얻어먹었다(???).

그때 양이 워낙 푸짐해서 면을 남겼던 기억이 나서, 우동의 1/3 넘게 덜어낸 후 사진을 찍었다.

사이드 메뉴로 주문한 돈가스와 새우튀김도 있어서 더 많이 먹은 느낌이었다.

식사 후 미리 봐둔 찻집으로 이동해서 애들처럼 재잘거리며 떠들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별거 없었지만 참 재미났던 시간.


저녁은 갈치구이.

가시 바르는 연습을 하느라 한참 낑낑댔다.

물론 아빠가 깔끔하게 다 해주실 수 있지만, 내가 스스로 살을 바를 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요새 가끔 시도해본다.

밥은 적게 먹었지만 큼직한 갈치를 두 토막 반이나 먹어서 10시가 넘어가도 포만감이 사라지지 않아 고생했다.

다음에는 욕심이 나더라도 덜 먹어야지.


4월 30일 목요일

요 며칠 몸이 계속 불편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우기 시작(험한 욕).

성심당에서 사온 토요빵 몇 조각과 카페라떼를 아침으로 먹었다.

단걸 먹으니 좀 낫다만 여전히 컨디션은 나쁘다.


맛있는 거 먹고 싶은데 창의력 고갈로, 원하는 음식이 떠오르지 않았다.

점심은 맘스터치 불싸이버거 세트를 주문해서 3/4 정도 먹었다.

대신 1시간 정도 산책한 후 집에 돌아왔다.


이번주는 치킨을 자주 먹는군.

지난번의 반 마리 사태를 반성하면서 이번에는 닭봉 부위만 두 개 먹고 끝냈다. 더 먹고 싶어도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샐러드는 좀 넉넉하게 먹고.


5월 1일 금요일

마지막 남은 토요빵으로 아침.

아 맛있었다... 적고구마 들어가서 고소한 빵에 달콤한 콘 쿠키 토핑, 쫀득거리는 타피오카 찰떡 충진물까지...

맛있어. 또 먹고 싶다. 일주일에 두 번씩 먹고 싶다.


점심은 크림파스타와 로제리조또.

중국집 짬짜면만 반반이 되는 게 아니라 파스타, 리조또도 반반이 된다.

나는 그걸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자였다...ㅋㅋㅋ

둘다 조금씩 담는다곤 해도 합치면 양이 꽤 되다보니 먹고나서도 한참 포만감이 가시지 않았다.


저녁은 혼자 먹어야해서 리조또.

쌀을 70g 정도밖에 쓰지 않았는데도 내가 먹기에 꽤 많은 분량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다 만든 리조또는 3/5 정도만 덜어서 먹었으니 따지고 보면 쌀은 42g 정도 먹은 셈.

부재료는 단출하게 양파, 버섯 두 가지만 넣어서 먹었는데도 소스가 하드캐리한 덕에 맛있었다.


5월 2일 토요일

눈 비비면서 좀비처럼 걸어나왔는데, 세수도 하지 않는 내 모습이 민망하게, 예쁜 접시에 담긴 볶음밥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솜씨로 완성한 볶음밥을 먹고 차가운 카페라떼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점심은 또 로제 리조또... 역시 1절로 끝내지 못하는 애국가의 민족

이번에는 우유 대신 크림을 넣고 치즈를 듬뿍 넣어 고소하고 진한 맛을 냈다.

다이어트용으로 사둔 닭가슴살을 잘게 찢어서 새우와 함께 썼는데 소스의 풍미와 잘 어우러져서 마음에 들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40분 정도 산책을 했다.


저녁은 새로 무친 취나물에 흰밥, 그리고 점심에 먹고 남은 리조또.

갓 뜯은 취나물은 연하면서도 사각거리는 맛이 좋았고, 씹을 때마다 입 속에 향긋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저녁 주전부리 상차림. ㅋㅋㅋㅋㅋㅋ

성심당에서 사온 애플파이와 블루베리파이에, 사은품으로 받은 튀김소보로까지 곁들였다.

물론 튀소는 오븐에 따로 구워서 겉을 바삭하게 만들었고.

다만 저녁 식사한 것도 있고 해서 사진 속 빵은 2/3 정도만 먹었다.

배가 많이 부르다 싶긴 하지만 다행히 불편함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서 안심했다.


이번에는 섭식 장애 때문에 고생한다는 내용을 기록한 지 두 달 정도 되었고, 나아지고 있다는 걸 쓴 지는 한 달 남짓 되었다.

지난번 적은 대로 섭식 패턴 개선을 위해서는 여유롭게, 적당히, 할 수 있는 만큼 먹는 것이 좋다.

지금의 나는 그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식사를 한다. 간식을 먹어도, 음료를 마셔도 그 생각을 내려놓지는 않는다.

방심하면 또 나의 성급한 두뇌와 위장이 서로 전혀 공조하지 않고, 벼랑 끝으로 질주하는 양떼처럼 달려나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뇌는 아주 이성적인 척하는 친구이지만, 아직도 내 현재 식생활 패턴을 과거로 끌고가려는 어리석고도 못된 버릇이 있다.

그걸 잡아주어 과거로 회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몫이다.


요새는 식사를 해도 혼자가 아닌 덕에 어느 정도 안정된 자세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걸 완전히 굳히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지금은 바람직해 보이지만 또 혼자 있게 되면 어떻게 변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 몇 주 정도는 더 기다리면서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 그 때는 이 첼시세끼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제발 좀.


하지만 이 와중에도 안 먹고 싶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 인간은 아직 정신을 덜 차린 모양이다.

아니, 많이 먹는 것보다 덜 먹는 게 낫지. 첼시세끼를 왜 쓰는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군살 붙은 거 생각하면 식욕 저하가 좋다니까? 그렇게 고생하고도 그 말이 나와?

원피스하고 청바지 핏 살리려면 빼야한다고. 지금 집중할 건 외관이 아니고 균형잡힌 건강 유지야.

첼시첼시의 논쟁은 이 순간에도 격렬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홍팀 첼시의 편을 들어줄 힘이 남아있지 않다.

일단 건강부터 되찾은 뒤 그 다음 문제를 생각해볼 요량이다.


준이는 내가 집안 이곳저곳에 그림 두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본인도 이번에 처음으로 그림을 샀다고 알려주는데, 그 얘기가 참으로 기뻤다.


준이가 샀다는 그림을 보니, 여행지에 있는 것 같고 탁 트인 듯 상쾌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그래서 그 작품을 크레파스로 열심히 모작해서 보내줬더니, 반응이 묘하게 준접꾸러기 같지만 기분 좋으니까 모른 척 해야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