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소설-SF]SF 명예의 전당. 4:거기 누구냐 by 존 W.캠벨 外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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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명예의 전당. 4: 거기 누구냐

저자
존 W. 캠벨, 레스터 델 레이, 테오도어 스터전, H. G. 웰스, 잭 윌리엄슨 지음
출판사
오멜라스 | 2011-11-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SF 명예의 전당 3 : 유니버스』는 미국 SF작가협회(S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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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감과 아쉬움을 동반한 마지막 여정 : "함장님, 다음 항해는 언제입니까?"

 벌써 마지막 권이다. 재작년 3월에 이 시리즈를 샀는데, 지금 와서 이걸 구입한 이유를 고백하자면 순전히 낚여서였다. 근본적으로는 공상과학에 대한 동경에서 출발했지만, 당장 구매욕에 불을 당긴 것은 특가 할인이었다. SF 명예의 전당 시리즈 1, 2권을 대폭 할인해서 파는 것에 혹해서 3, 4권까지 덜컥 사버렸던 깃이다(당시에는 1권 6,600원, 2권 11,000원으로 할인했었고, 지금은 전권이 모두 10% 할인만 적용해서 각 19,800원이니 어찌보면 그 때 선택을 잘 한 것 같기도 하다.).

 금방 읽을 줄 알았다. 겁도 없이 거장들의 내공을 너무 얕봤던게다. SF의 거인들은 그리 쉽게 점수를 내주지 않았고, 결국 '14년 독서목표로 삼았던 SF 명예의 전당은, 이름과는 달리 불명예스럽게도 15년 상반기가 되어서야 그 끝을 보았다. 읽기 힘들었던 순서대로 꼽아보면 1→3→2→4 순이다. SF의 공간에 첫 발을 내딛는 1권을 읽는데 가장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단편에서 중편으로 넘어가는 3권이 그 다음으로 힘들었다. 2권은 1권을 떼고 나니 비교적 편하게 느껴졌고, 4권은 내 SF 취향을 깨닫게 해준, 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편이었다.

 네 권을 다 읽고나서, 이 열정을 쭉 이어나가고 싶어 살만한 책들을 검색해보았다. 그러나 SF의 불모지인 한국답게 발간되는 신간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오멜라스 책 중 이 명예의 전당 시리즈를 빼고는 모든 책이 절판 상태다. 재밌겠다 싶은 책을 발견하면 절판行...

 

 마지막 권인 4권에 수록된 작품은 존 W. 캠벨 주니어(당시 필명 돈 A. 스튜어트)의 <거기 누구냐?>, 레스터 델 레이의 <대담한 신경>, 테오도어 스터전의 <아기는 세 살>, H.G. 웰스의 <타임머신>, 잭 윌리엄슨의 <양손을 포개고>로 총 다섯 편이다. 캠벨(vol.1의 <어스름>), 델레이(vol.2의 <헬렌 올로이>)의 작품이 4권에도 실려있으니 해당 작가의 팬이라면 관심을 갖고 읽어볼만 하겠다. 명예의 전당 시리즈 중 가장 적은 수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흥미진진함은 앞권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내가 제일 재밌게 읽은 책이기도 하다. 이번 편을 읽고 느낀 것은 내 Sci-Fi 취향은 '외계에서의 침략'과 '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재앙' 쪽이라는 것이었다.

 

'공상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는 메스꺼움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4권은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SF소설로 가득했다. 작품 첫머리를 읽을 때부터 예감했다. 두세 줄만 보아도 '이건 내 책이야!'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각 작품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거기 누구냐?>는 외계생물의 침략에 저항하는 남극 기지 대원들의 사투, <대담한 신경>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 <아기는 세 살>은 스스로를 고립시킨 초능력자 아이들, <타임머신>은 시간여행, <양손을 포개고>는 고도로 발달한 휴머노이드에게 '봉사'라는 이름으로 통제받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수록작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은  <거기 누구냐?>, <아기는 세 살>, <양손을 포개고> 세 작품이다. <대담한 신경>은 원자력 발전소 관련 용어들이 나오는 순간부터 사고가 정지했고, <타임머신>은 단행본을 별도로 갖고 있기에 그 때 다루고자 한다.

 <거기 누구냐?>에서는 고립된 남극 기지의 대원들이 외계생물로 추정되는 동사체를 발견하고 이를 녹여서 연구해보려는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동된 외계생물은 대원들의 기대와는 달리 살아나서 그들의 신체로 침투해 육체와 사고체계를 완벽하게 빼닮은 복제 생성을 시도한다. 이 외계생물의 생김새나 행동은 혐오스러움 그 자체이다. 한 마디로 구역질과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SF소설이라는 틀 속에서 이 낯선 생명체는 무찔러야하는 적으로 상정되고, 독자들은 작품 속 대원들에게 몰입하여 이 침략자를 쓰러뜨리는데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대립 구도가 적과, 적이 자가복제한 (껍데기만 인간의 모습을 한)클론에 행사하는 잔혹한 폭력을 어느 정도 정당화시키고, 독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부제에 넣은 '메스꺼움'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이와 같은 장치를 강조하는 의미로 적었다.

 <아기는 세 살>은 초능력자 아이들이 모여사는 작은 공동체 내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건을 현재 시점에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분석의와 주인공의 대화를 통한 회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SF소설로서 재미있다기보다는, 일반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느낌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이 작품은 1952년 <갤럭시>지에 처음 발표되었는데, 스터전은 이 작품이 많은 호평을 받자, 앞뒤로 두 편의 이야기를 더 써서 이듬해 1953년에 <인간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장편으로 출간했다. 이 작품 자체로도 흥미진진했는데 바로 다음해에 앞뒤로 이어지는 소설을 두 편이나 더 써냈다는게 놀랍다.

 <양손을 포개고>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류에게 어떤 식으로 재앙을 가져다줄지에 대한 가정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인간에게 봉사하고 복종하라. 그리고 인간을 위험에서 구하라'는 절대명령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휴머노이드. 인간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봉사한다는 메커니즘은 언뜻 유토피아를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다. 그러나 이 절대명령에서 빠뜨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치 판단'이었다.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치를 휴머노이드의 사고체계에 따라 결정한 것이다. 만들어진 행복을 꾸역꾸역 투여받는 인간들의 모습,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행동은 시도조차 허용되지 않는 사회가 소설 <멋진 신세계>와 영화 <이퀼리브리엄>을 떠올리게 했다. 책을 덮고 나니 지금의 허술하고, 약간은 어설픈 세상이 얼마나 사랑스럽게 느껴지는지!

 

※다른 SF 명예의 전당 시리즈↓

2015/03/19 - [책] - [소설]SF 명예의 전당. 1:전설의 밤 by 아이작 아시모프 外

2015/04/19 - [책] - [소설]SF 명예의 전당. 2:화성의 오디세이 by 로버트 하인라인 外

2015/06/07 - [책] - [소설]SF 명예의 전당. 3:유니버스 by 폴 앤더슨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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