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교양-예술]들라크루아 Delacroix(창해ABC북 032)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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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라크루아(창해 ABC북 32)

저자
뱅상 포마레드 외 지음
출판사
창해 | 2001-03-30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이 책은 들라크루아의 예술적 특성들과 인생의 여러 국면들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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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라크루아와 프랑스 낭만주의 이야기

 강렬한 색상, 극적인 연출, 역사와 문학에서 빌려온 영감, 들라크루아가 프랑스 낭만주의 회화의 거장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비록 그 스스로는 루벤스, 미켈란젤로의 후예임을 더 자청하기는 했지만). 그 때문에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들라크루아 자신, 그의 작품이 표현했던 낭만주의, 그리고 그 낭만주의 이전에 유럽 회화를 지배해왔던 다비드의 형식적 귀족주의 규범까지 아우르고 있어야한다.

 그를 알기 위해서 낭만주의에 대해 살펴봐야 하는건 이해하겠는데 다비드의 규범, 신고전주의 양식은 어째서 알아야할까? 그것은 낭만주의 자체가 워낙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한 사상인 까닭에, 이와 대별되는 신고전주의의 특징을 분명히 숙지해야만 낭만주의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전주의의 뿌리를 더듬어가다보면 기존의 왕족과 귀족 중심이었던 바로크, 로코코 양식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그러면 또 그 위로.. 또 위로.. 그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또 다룰 일이 있겠지...

 

"사실주의와 이상이 뒤섞인 기이한 사람인 그는 회화와 조각의 모든 근대 유파의 아버지이다.

 아직도 모든 것이 그와 그의 원칙으로부터 파생되고 있다." 

- 들라크루아    

 신고전주의 회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자크 루이 다비드. 그의 그림은 신고전주의답게 고전적이고 형식적인 느낌이 강했으며, 주로 역사적 사건이나 영웅의 일대기 등을 소재로 하여 엄숙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애국심을 고취시켰다(대표작 <마라의 죽음(1793)>,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1806)> 등). 그의 작품은 구도가 단순하고 장식이 없는 회화기법으로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사실적인 묘사와 형태를 표현하는 탁월함이 그를 당대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게 했다. 오늘날 낭만주의자로 알려진 대부분의 예술가들도 그의 아틀리에를 거쳤거나 그 제자들에게서 배운 이들이며, 들라크루아 역시 위의 글상자 내용처럼 그를 근대 유파의 선구자로 정의했다.

 

 프랑스 낭만주의는 대혁명의 산물로 볼 수 있는데, 그 태동은 작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샤토브리앙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을 피해 미국과 런던에 머무르다가 프랑스로 돌아왔는데, 귀국 후 <그리스도교의 정수(1802)>라는 작품에서 낭만주의자들의 이국적인 취향을 예고하는 한편, 교리가 아닌 예술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찬미했다. 이전의 합리적이고 추상적인 전통 미학과는 달리, 낭만주의는 미적 감정을 신앙의 증거로 삼고, 이성보다 감성, 감정적인 자아에 대한 숭배를 표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들은 예술을 위한 예술로서 이해타산이 배제된 미를 최고의 가치이자 종교로 삼았다. 다비드는 인간을 역사의 주인이자 스스로의 주인으로 그려냈지만, 그 후계자 낭만주의자들은 인간의 복잡성, 불투명한 장래를 그렸다. 이는 프랑스 대혁명을 겪으면서 사회적 격변을 목도한 낭만주의자들의 경험이 만들어낸 산물일 것이다. 이처럼 낭만주의자들의 극적인 현실 표현은 고전주의의 이상적 미를 제압했다.

 

들라크루아의 팔레트와 그의 지지자들

 낭만주의 예술가의 양대 산맥하면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와 외젠 들라크루아를 꼽을 수 있다. 앵그르는 19세기의 가장 뛰어난 초상화가 중 한 사람인데, 다비드의 아틀리에에서 화가 수업을 받았던 제자답게 형태를 묘사하는 기법이 누구보다 뛰어났다. 선을 신봉하는 앵그르와는 달리 들라크루아는 색채를 지지했다.

 

"환한 태양빛이 스러진 후 벌써 어두워진 하늘의 한 부분은 흰 빛이 감도는 짙은 크롬옐로,

 즉 래커화이트와 스칼렛으로…, 카셀토와 하이트로는 반투명 효과를 낸다. …(중략)…

 아폴론이 탄 이륜 마차 아래의 구름 상단을 비추는 밝은 노란색 광선에는 카드뮴옐로,

 화이트, 그리고 극소량의 스칼렛으로…. 빛무리 부분에서부터 펼쳐진, 오렌지 빛이 더욱 감도는

 하늘 부분은 오렌지색 밑칠을 한 후 그 위에 나폴리 옐로, 블루그린, 화이트 등의 마른 물감을

 살짝 스치듯 문지르면서 오렌지 색조를 은은히 내비치게 할 것."

 

- 들라크루아의 아폴론 전시실 벽화 작업 기록 中 

 

 들라크루아는 작품을 준비할 때 물감들에 대한 긴 목록을 작성하곤 했다. 그가 작업할 때 소요된 지출 기록을 보면 그가 얼마나 다양한 물감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노란색 하나만 해도 나폴리옐로우(안티몬을 넣은 주황빛 노랑), 로만래커옐로, 오커옐로우(황토로 만든 노랑), 카드뮴옐로우(개나리빛 노랑), 징크옐로우(레몬빛 노랑), 래커옐로 등을 사용했다. 인간은 색채에 의해 무의식중에 영향을 받는다고 확신했던 그는 다채로운 팔레트로 감정을 표현하고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냈다.

 

 르누아르, 세잔, 고갱, 시냐크, 마티스, 피카소 등 후대의 화가들은 그에게 일종의 빚을 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색채 및 보충적인 요소들의 영역에서 들라크루아가 이룩한 여러 가지 혁신에 혜택을 입었을뿐만 아니라, 그의 팔레트의 대담함과 풍요로움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앞서 읽었던 창해ABC <반 고흐> 편에서도 반 고흐가 들라크루아의 색채 감각에 영향을 받아 향토색에서 벗어나 레몬색, 프러시안 블루 등 대비되는 색을 조합해 그의 작품을 모사하기도 했다. 반 고흐 스스로도 그의 표현방식이 다채로워진 것을 들라크루아 덕분으로 돌린다.

 

 예전에는 책을 읽고 감상 남기는 것을 귀찮아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읽었던 책들이 자꾸만 가물가물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역시 <문학적 건망증>에서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그 내용을 명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토로하고 있다. 나도 오히려 올해 읽은 책, 작년에 읽은 책보다 10년, 15년 전에 읽었던 책들이 더 똑똑히 기억난다. 머리가 점점 무뎌지는 것이다. 부족한 기억을 돕고자 읽은 책, 읽었던 책들에 대해 이렇게 짬짬이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모르는 내용의 비중이 높을뿐만 아니라 이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의 범위가 넓고도 깊었다. 마치 2학기 기말고사를 한 주 앞두고 교수님께서 "이번 시험 범위는 중간고사 내용하고, 1학기에 강의했던 것까지 포함입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 기분! 내가 써놓은 글 보고도 아리송한 기분이 드는 것은 그만큼 내 이해가 부족하다는 얘기겠지...ㅠㅠ 들라크루아의 작품세계에 대해 단번에 이해하는게 내게는 버겁다. 그래도 한 걸음 내디뎠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조금씩 그에게 다가가고 싶다. 그를 더 알아갈 때마다 이 글도 갱신할 예정이다.

 

※또다른 회화의 거장 반 고흐에 관한 책 → 2015/05/05 - [교양]반 고흐 Van Gogh(창해ABC북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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