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소설-추리]주홍색 연구 by 코난 도일(셜록 홈즈 전집 시리즈)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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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시리즈(황금가지)

저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2-09-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놀랍게도 요즘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점에 가보면 셜록 홈즈의...
가격비교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의 탄생

 나의 추리소설 취향은 그리 폭넓지 않다. 편식이 심하다고나 할까... 다만 내 기호에 맞는 작가를 만나면 그 작품을 시리즈로 사모으는 편이다. 처음 읽었던 추리소설은 초등학교 때 부모님께서 사주신 <4인의 서명>이었다(그 당시에는 <네 사람의 서명>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홈즈의 얼굴이 니콜라스 ㅋㅇㅈ와 비슷하게 그려진 어린이용 추리소설이었는데...).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홈즈의 모습이 그 당시 내게는 수퍼히어로만큼이나 멋진 인상으로 다가왔다. 그 때 느낀 전율이란게 제법 긴 여운을 남긴건지, 지금까지 어떤 작가의 추리소설에서도 이런 재미를 느낀 적은 없다. 머리가 좀더 굵어진 뒤에는 홈즈 시리즈를 아예 세트로 샀는데, 그 첫권이 이 <주홍색 연구>이다.

 셜록 홈즈와 왓슨, 이 경이로운 커플(...)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코난 도일의 경력을 더듬어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을 창조한 작가 코난 도일은 에든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는데, 당시 스승이었던 조지프 벨 교수의 조수로 일하면서 그의 환자 진단법을 참고하여 홈즈의 과학적인 추리 기법을 만들어냈다. 도일은 1886년에 <주홍색 연구>를 집필하였으나, 이 작품의 진가를 미처 알아보지 못한 출판사들이 줄줄이 출판을 거절하는 바람에 1887년이 돼서야 발표되었다고 한다.

 코난 도일과 쌍벽을 이루는 추리작가로는 역시 영국 작가인 애거서 크리스티를 꼽을 수 있는데, 두 작가가 창조한 셜록 홈즈(도일)와 에르큘 포와로, 그리고 마플 양(이상 크리스티)의 추리 방식은 좋은 대조를 이룬다. 홈즈의 추리가 객관적 물증에 입각해 과학적인 기법으로 논리적 추론을 이끌어낸다면, 포와로와 마플 양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인물의 성향과 인물들의 관계를 고려해, 특정 인물의 심리 상태와 행동을 예측하여 실뜨기를 하듯이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심리적 추론을 하는 과정이 나에게는 참으로 답답하게 느껴지는 통에 크리스티의 작품은 명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반장 시리즈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인데, 매그레 시리즈는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경찰의 수사일지를 보는 것 같아서 오히려 다른 장르의 소설로 와닿는다.

 

"라헤(Rache)는 독일어로 복수를 뜻합니다. 그러니 레이첼 양을 찾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는 마세요."

 <주홍색 연구>는 1,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홈즈라는 인물을 탐구하는 왓슨의 관찰일지와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2부는 현재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 과거의 배경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1부의 첫머리에서는 왓슨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홈즈와 만나 베이커가의 하숙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홈즈 시리즈 전편은 모두 왓슨의 입을 빌려 서술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취하고 있는데, <주홍색 연구>의 앞부분에서는 왓슨이 자신의 경력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왓슨과 홈즈가 대면하는 장면부터는 이야기의 비중이 자연스럽고도 신속하게 홈즈 쪽으로 옮겨가게 된다.

 왓슨은 보통 사람과는 구별되는, 마치 기인 같은 홈즈에게 흥미를 갖고 그의 특징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한다. 추리에 필요한 영역에 한해서는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의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지만, 그 외 일반 상식(이라고 여겨지는)은 부분에 대해서는 문외한 수준인 홈즈를 보고 왓슨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평소에는 게으르고 무기력해보이지만 사건을 만나면 신경을 곤두세우며 눈을 반짝이고, 조사를 할 때는 냉철한 듯하면서도 바이올린을 켜는 순간에는 음유시인처럼 낭만적인 면모를 보이는 이 인물의 양면성이 참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빚어낸다는 사실을, 왓슨은 독자들에게 성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군의관 출신답게 우직한듯 하면서도 충성스러운 왓슨의 성격은, 예민하고 고집스러운 홈즈와 의외의 궁합을 보여준다.

 

"이것은 주홍색 연구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나 같은 사람이 예술적인 표현을 좀 쓴다고 해서 안 될 건 없을 겁니다. 삶의 무채색 실 꾸러미 속에, 주홍빛 살인의 혈맥이 면면히 흐르고 있어요. 우리가 할 일은 그 실꾸리를 풀어서 살인의 혈맥을 찾아내어 그것을 가차 없이 드러내는 것입니다."

- 본문 중 홈즈의 대사    

 <주홍색 연구>의 중심이 되는 사건은 어느 빈 집에서 살해된 이녹 J.드리버라는 남자로부터 시작된다. 벽에는 RACHE(독일어로 '복수'라는 의미)라는 단어가 쓰여있지만 그 외에 그의 몸에는 어떤 상처나 몸싸움의 흔적 같은 것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들이 유력한 용의자로 쫓고 있던 드리버의 비서 조셉 스탠거슨 역시 심장을 찔린 시체로 발견된다. 홈즈는 스탠거슨의 살해 현장에 있던 두 개의 알약에 주목하고, 제퍼슨 호프를 잡아낸다.

 2부는 제퍼슨 호프가 두 차례의 살인을 저지르게 된 뒷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액자 소설이라고 해야하나... 아예 별개의 소설로 구분이 되게끔 작품의 시점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꾸어 서술하고 있다. 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은 존 페리어와 그의 양딸 루시가 유타 사막에서 고립 직전에 모르몬 교도의 행렬에 의해 구조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제퍼슨 호프는 루시와 사랑에 빠져 그녀와의 미래를 약속한 사이였다. 그런데 호프가 잠시 루시 부녀를 떠나있던 사이 두 부녀가 속해있던 모르몬 교도의 드리버 장로와 스탠거슨 장로가 자신의 아들 중 한 명과 루시를 결혼시킬 것을 강요한다. 평소 모르몬교의 교리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존 페리어는 루시를 데리고 탈출을 감행하지만 장로의 아들들인 이녹 J.드리버와 조셉 스탠거슨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고, 루시는 이녹과 강제로 결혼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존 페리어와 루시에게 닥친 참극을 알게 된 제퍼슨 호프는 복수를 위해 두 차례의 사건을 저지른 것이다.

 <주홍색 연구> 2부를 읽으면서 황량한 사막 속에서 고립된 집단의 비호를 받는다는게 과연 안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울타리 속에서 그들의 규율을 따르기만 한다면 풍요로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실오라기 한 가닥 만큼이라도 테두리를 벗어나서 자유를 추구하려고 하는 순간, 그 미미한 일탈에도 가혹한 철퇴가 내려지는 모습에서 잔잔한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다. 강요된 행복을 거부하는 존과 루시의 모습이 묘하게 SF 명예의 전당 4권 속 <양손을 포개고>를 떠올리게 했다.

 

잘난 탐정이 쥐고 있는 양날의 검 : 명료한 추리와 상상의 빈 자리

 셜록 홈즈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감이 넘치는 천재가 주인공'이라는 것이며, 동시에 가장 큰 단점은 '잘난체하기 좋아하는 괴짜가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만능 탐정인 홈즈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통에 독자들이 자체적인 추론을 할 여지는 줄어든다. 좋게 말하면 사소한 증거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추리의 도구로 활용한다고 볼 수 있지만, 작품 외부에 있는 독자들이 볼 때는 이현령비현령, 어차피 작가가 짜맞추려고 늘어놓은 요소들을 주워먹는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다. 이러한 홈즈의 짜맞추기 추리 때문에 홈즈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도 많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홈즈의 뛰어난 능력을 감상하고 경탄하는 것이 매우 즐겁다. 더군다나 홈즈 시리즈의 강점은 범죄의 트릭을 풀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범인을 이미 알고 있다고 해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일장일단이 있긴 하지만 잘난체하며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 홈즈나 반도젠 박사, 모든 걸 알고있다는 듯 의뭉스러운 포와로나 마플 양 같은 초인계 탐정은, 따지고보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이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작품을 마무리할 때 쯤에는 모든 범죄의 트릭과 배경, 범인의 심리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주니 말이다. 추리소설을 두뇌 운동이 아니라 재미로 읽는 내게는 참 고마운 탐정들이다.

 독후감 짧게 써야지, 짧게 써야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깊이 사랑하는 홈즈 시리즈라서 말이 너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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