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소설-SF]해저 2만리 by 쥘 베른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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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첫 <해저 2만리>는 초등학교 때의 그림동화책이었다. 당시 표지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 때의 삽화는 오징어다리에 감겨 발버둥치는 선원의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그 때의 표지는 그다지 실감나지 않는 조악한 그림체였지만, 빨판투성이의 굵고 검붉은 오징어다리가 사람을 칭칭 휘감은 모습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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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1828~1905)

 쥘 베른은 1828년 프랑스 낭트에서 태어났다. 항구도시인 낭트 출신이어서인지, 그는 어린 시절부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강했다고 한다. 그가 열한 살 때는 짝사랑하던 사촌누이에게 산호목걸이를 선물하려고 인도행 원양선에 올라 밀항하려 했으나 아버지에게 들켜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고도 한다.

 그가 소설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작품은 그가 서른네 살 되던 해에 집필한 <기구를 타고 5주간>이었다. 이후 베른은 1년에 두세 권 이상의 책을 집필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였고, 그 결과물이 지금까지도 전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경이의 여행' 시리즈다. 그의 대표작은 <기구를 타고 5주간>, <해저 2만리>외에도 <15소년 표류기>, <80일간의 세계일주>, <신비의 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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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로 떠나는 경이의 여행 : 19세기의 SF가 주는 긴박감

 쥘 베른의 작품을 '경이의 여행' 시리즈로 지칭하기는 하나, 그의 소설들은 '19세기의 SF 문학'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의 소설들은 단순한 탐험에 그치지 않고, 잠수함, 비행기계, 입체 영상 장치 등 당시 시대를 앞선 발명품의 등장을 통해 이상적인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해저 2만리>는 아직까지도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인 해저 탐사에 대해 다룬 소설이다. 그가 해저라는 배경을 채택한 데에는 조르주 상드의 조언도 큰 몫을 했다. 베른의 <기구를 타고 5주간>과 <지구 속 여행>을 읽고 매료된 상드가 해저 여행에 대한 소설을 기대한다는 편지를 그에게 보냈던 것이다.

 내가 베른의 작품에 흥미를 갖는 이유는, 공상과학소설을 읽는 까닭과 비슷하다. 내가 경험할 수 없는, 혹은 경험할 수 있다 해도 두려움 때문에 접근조차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속, 그 중에서도 깊숙한 심해라는 공간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해저 2만리>는 소설의 옷을 입고 있지만, 실감나는 묘사 덕에 마치 생물도감이나, 해저생물 관찰일지를 읽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졌고, 그 덕에 나의 지적 갈증을 조금이나마 채워주었다. 그렇지만 1권 표지라든가 몇 가지 삽화는 여전히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다. 바다 깊숙한 곳의 어둠과 그 속을 유영하는 해양생물이 무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해저 2만리>의 삽화가 고전적인 화풍인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화려한 색감에 실감나는 묘사를 한 그림이었다면 나는 삽화를 모두 가리고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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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선장과 노틸러스가 갖는 함의

 <해저 2만리>는 아로낙스 박사라는 인물의 시각에서 서술되는 작품이다. 그는 잇따라 일어나는 해난 사고와 그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바다 괴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미국 군함에 올라 태평양으로 향한다. 아로낙스 박사는 일본 근해에서 거대한 고래로 추정되는 괴물을 추적하던 도중 그 괴물의 습격을 받는다. 그 때문에 그는 하인 콩세유와 캐나다인 작살잡이 네드 랜드와 함께 난파되는 처지에 놓이고, 수수께끼의 인물 네모 선장을 만나게 된다. 괴물인 줄 알았던 괴생물체는 네모 선장의 잠수함 노틸러스 호였고, 아로낙스 박사 일행은 노틸러스 호에 몸을 싣고 해상과 해저를 넘나드는 기나긴 항해를 하게 된다.

 쥘 베른은 주요 인물들과 작품의 주된 배경이 되는 노틸러스 호에 특별한 의도를 갖고 이름을 붙였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네모(Nemo) 선장은 라틴어로 '아무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이라는 뜻이다.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그의 인물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그의 잠수함 노틸러스(Nautilus)는 '앵무조개'라는 의미로 굳게 닫힌 노틸러스 호에 걸맞는 이름이다.

 아로낙스 박사의 충직한 하인인 콩세유(Conseil)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충고·조언'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림자처럼 아로낙스 박사를 따르는 콩세유와는 달리 네드 랜드는 언제나 육지를 그리워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을 보이며 사사건건 갇혀있는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이 캐나다인 작살잡이가 땅을 그리워하는 것은 베른의 의도이기도 하다. 그의 성이 바로 랜드(Land)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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