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추리]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by 엘러리 퀸
by 첼시엘러리 퀸 Ellery Queen
엘러리 퀸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만프레드 리(Manfred Bennington Lee, 1905-1971)와 프레더릭 다네이(Frederic Dannay, 1905-1982), 이 두 사촌 형제의 필명이다. 탐정의 이름만 기억될 뿐 작가의 이름은 쉽게 잊힌다고 생각한 그들은, '엘러리 퀸'이라는 공동 필명을 탐정의 이름으로 삼았다. 그들은 「맥클루어스」 잡지사의 소설 공모에 1등으로 당선됐으나, 공교롭게도 잡지사가 파산하여 수상이 무산된다. 하지만 스토크스 출판사에 의해 작품이 빛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 엘러리 퀸의 첫 작품 『로마 모자 미스터리』(1929)였다.
이후 엘러리 퀸은 미스터리 장르의 발전을 이끌며 걸작들을 생산해냈다. 또다른 필명인 바너비 로스 명의로 발표한 『Y의 비극』(1932)은 '세계 3대 미스터리'로 평가받고 있다. 퀸의 형식과 아이디어는 많은 후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일본의 본격, 신본격 미스터리의 기반이 되었다. 이런 공을 기려 미국미스터리작가협회에서는 1983년부터 미스터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공동 작업에 '엘러리 퀸 상'을 수여하고 있다.
-작가 소개글에서 일부 인용 및 2차 가공
이번 편에 대한 감상을 올리기까지 1년 넘는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1권에 넣었던 작가 소개를 부러 다시 적는다.
섬세하게 직조된 사건의 융단
엘러리 퀸의 국명 미스터리 시리즈의 특징을 간추리자면 작품 내 작가의 개입이 크다는 것, 인물 소개와 배경 설명이 친절하다는 것, 연출이 다소 극적이라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번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이하 『파우더』로 약칭)에서도 그는 특유의 재능을 발휘해 독자를 사건의 진실로 인도한다. 아주 공들여 집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설 전체에 날실과 씨실이 촘촘하게 얽혀있다보니, 읽을 때는 좋았지만 내용을 정리하려는 입장에서는 다소 골치가 아프기도 했다.
1부 1-5편까지의 소제목은 "여왕님들은 응접실에 계셨지"(1편)와 같은 문구를 사용해 흡사 고전극의 대사를 읽는 듯하다. 이는 이 소설의 분위기를 독특하게 연출해내는 요소일 뿐만아니라, 사건의 주무대인 프렌치 백화점에 독자가 자연스럽게 주목할 수 있게끔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다만 목차를 사전에 꼼꼼하게 보지는 않을 것을 추천한다. 지나치게 상세한 소제목 덕분에 자연스럽게 용의자의 범위가 좁혀져서 추리하는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고전 추리소설답게 인물 목록을 친절하게 나열하고는 있으나, 아무래도 소개글이 다소 작위적―'불행한 아이'라든가 '아름다운 신데렐라?' ―이어서 어색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국명 미스터리 시리즈의 연계성을 위한 것이긴 하나, 제목의 '프랑스' 를 '프렌치'로 번역했더라면 '프렌치 백화점'에서 일어난 '프렌치 부인' 살인사건이라는 것을 더 부각시키기 적합했을 듯하다.
백화점, 시체, 그리고 립스틱
이번 편은 시작부터 드라마틱하게 연출되어있다. 고급스러운 프렌치 백화점에서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벽침대를 처음 선보이는 날, 화려한 조명과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서 침대가 서서히 내려오며 시연되는 순간, 피투성이의 시체가 굴러떨어지며 충격을 선사한다. 죽은 이는 다름 아닌 백화점 사장 부인인 위니프레드 마크뱅크스 프렌치. 엘러리 퀸(이하 '퀸')은 현장을 조사하면서 죽은 프렌치 부인이 립스틱을 바르다 만 채로 살해당했고, 심지어 그녀의 입술색이 당시 소지하고 있던 립스틱 색상과는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퀸은 백화점 꼭대기에 있는 프렌치 일가의 아파트를 둘러보던 도중 사라졌던 프렌치 부인의 립스틱을 찾아내고, 그녀가 살해 당시 소지했던 것은 현재 행방이 불분명한 딸 버니스 카모디 양의 것임을 알아낸다. 또한 카모디 양이 평소에 쉽게 흥분하고 신경이 과민했던 것과 그녀의 립스틱 내부에 들어있던 순도 높은 헤로인을 연관지어 그녀가 마약 중독자였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퀸은 부인이 살해된 곳은 침대 전시실이 아니라 립스틱이 발견된 아파트일 것이라 추측하고 현장을 샅샅이 뒤진다. 조사 도중 그는 현장에 있던 북엔드 접합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말이 묻어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이 물질이 지문 채취용 파우더라는 분석 결과를 얻어낸다. 장갑을 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잔여 지문흔이 없는지 파우더까지 동원해 두번 세번 확인하는 치밀함, 퀸은 이를 토대로 범인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지녔으며 동시에 뛰어난 두뇌를 소유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독자를 즐겁게 하는 연출의 교묘함
갑자기 숨이 막힐 듯한 침묵이 흘렀다.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복잡한 감정들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건드려지는 바람에, 무서운 침묵이 실제로 나타나 마치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그것은 불현듯 일어난 일이었다.
-본문 p.274 인용
『파우더』 편은 구성 뿐만아니라 묘사의 치밀함 역시 돋보인다. 작품 속 인물들 못지 않게 독자들 역시 긴장감에 압도되게끔 만드는 연출이 소설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퀸은 사라진 카모디 양의 소재를 파악하는 한편 프렌치 일가와 백화점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용의선상에 있던 모든 이를 한 자리에 불러모은 뒤 진범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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