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상반기 마지막 첼시세끼(5.17-22)

오늘/첼시세끼♬

2020. 5. 22. 21:00

※이제 더이상 첼시세끼를 기록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일단 올 상반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마무리한다.


5월 17일 일요일

아침은 안 먹고 바로 점심.

자다가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그흐으음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 고는 소호리, 조그맣케에 들리네~~~


헛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점심 메뉴는 고등어구이였다.


저녁은 매콤한 돼지불고기(+토치 불맛)에 모둠 쌈채소.

새로 담근 얼갈이배추 겉절이도 함께 했다.


5월 18일 월요일

아침은 안 먹었고, 점심은 부모님 요청으로 매콤한 XO소스 크림 파스타에 카프레제.

대추토마토도 맛있긴 했는데 역시 대저토마토만은 못하다.

다음에는 대추토마토를 세로로 반 쪼개서 써야할 듯. 둥글고 커서 한입에 치즈와 함께 넣기 힘들다.


저녁은 인삼과 대추를 넣은 백숙에(여기까지 오면 삼계탕인가...?) 닭한마리용 양념장 곁들여서.

참고로 양념장 만드는 법은 이윤정님의 홈퀴진을 참고했다(감사합니다). 진짜 그맛이 나서 신기!!!

 → Home Cuisine : 국내 - 닭한마리 만들기, 소스


5월 19일 화요일

점심은 분식 파티!

이렇게 탄수화물+탄수화물인 탄탄 조합 식사는 매우 오랜만이다.

메밀전병과 유부초밥은 엄마가 준비해주시고, 라면은 아빠가 끓여주셨다.

풀무원 네모유부 맛있다... 마트에서 사다먹던 그 사각유부초밥 재질(시쳇말)... 또 먹고 싶다...


식사 후 티타임 하는데 엄마 자리가 예뻐보여서 찍어봤다.

무하 그림이 그려진 접시를 보면서 작년의 체스키 크룸로프를 추억했다.


저녁은 김치찌개 잔치.

역시 내입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가 맛있다.

새로 담근 겉절이는 딱 알맞게 숙성되어서 먹기 좋았다.

아니, 그런데 밥을 너무 많이 담았잖아...? 평소의 두 배였는데 다 먹었다.

내일부터는 조심해야지.


5월 20일 수요일

아침은 건너뛰고 외출했다가 조금 이른 점심으로 버거킹 불고기주니어와퍼 세트(+올엑스트라)에 치즈스틱.

치즈스틱이 먹고 싶었던 것이라서 감자튀김은 반 정도 먹고, 버거도 조금 남겼다.

방금 튀겨낸 치즈스틱은 참 맛있었어...


귀가 후 간단하게 쿼터 스쿼트를 한 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뽀득뽀득 씻고 나왔다.

머리를 말리고나서 차가운 카페라떼를 마시며 Sarah Vaughan의 음악을 듣는데 참 행복했다. 헤헤  (๑˘ꇴ˘๑) 


저녁은 혼자 먹게 되어서 신라면 건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밥도 두 숟갈 떠놨기 때문에 면은 3/4을 넣었는데 달걀까지 넣으니 좀 과해졌다. 다음에는 면을 반만 넣는 게 좋겠다.


5월 21일 목요일

아침부터 빵 파티. 빵도 찍고 싶고 커피도 찍고 싶고 장미도 찍고 싶은 욕망의 결정체 같은 사진

카레빵이 아주 먹고 싶었는데 마침 성심당에서 사와서 잘 먹었다.

아무래도 아침부터 너무 많은 느낌이라 1/4 정도 덜어내고 식사했다.


점심식사도 빵+좀더 대놓고 찍은 꽃 사진.

아침 빵이 과했으니까 점심에는 빵을 조금만 먹자... 이게 아닌가???

새카만 먹물 도넛은 몇 번 먹어보려고 시도했지만 기름진 맛이 영 입에 맞지 않아서 그냥 포기했다.

카페라떼 마시고 또 에스프레소 뽑았는데 바보같이 침대 시트에 흘려서 얼룩을 만들어버렸다...


저녁은 치킨.

맛초킹 다리+날개로 주문해서 다리2+봉1 이라는 좋은 조합에 밥도 반 공기 정도 잘 먹었다.


5월 22일 금요일(마지막)

아침은 김치찌개에 밑반찬.

잠이 아주 부족한 상태여서 음식이 어떻게 넘어갔는지도 모르겠다만...

아빠의 김치찌개는 역시 맛있었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점심은 XO 크림소스 파스타. 올해 제일 자주 해먹은 요리인 것 같다.

이번에는 간단하게 푸실리, 리가토니, 카사레치아 세 가지의 숏파스타만 썼다.

그런데 아빠가 역시 롱파스타가 잔뜩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취향을 분명히 밝히셔서, 조만간 트리폴리네와 딸리아뗄레 넣고 또 만들 예정.


이거 먹고 나서 아주 오랜만에 후추를 목욕시켰는데, 먹은 게 다 사라진 기분이다...


저녁은 대충 카페라떼에 과자 모둠.

라면 먹고 주전부리 좀 먹을까 하다가 그렇게 배고프진 않아서 간식만 먹기로 결정했다.




여기서부터는 첼시세끼(=식사일지)를 마치는 감상을 대단히 길고 복잡하게 적는다.

일지를 기록하게 된 이유, 기록 전 나의 상태, 기록하면서 나타난 변화, 최근의 컨디션, 앞으로의 각오 등을 생각나는 대로 두루 기록한다.

아주 개인적인 감상으로 가득한 글인데다가 감정이 요동치다 못해 타르타로스까지 내동댕이쳐졌다는 내용도 있다는 걸 미리 알린다.


첼시세끼를 기록하게 된 이유

섭식장애(攝食障礙 Eating Disorder)

과도한 식이 요법의 부작용 또는 여러 가지 생리적ㆍ정신적 원인으로 인하여 비정상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증상. 거식증과 폭식증이 있다.

구체적 증상으로 왜곡된 신체상, 자제력 상실 두려움, 폭식, 구토, 무월경, 음식섭취 거부, 체중감소 등이 있다.


용어가 조금 낯설어서 그렇지 간단하게 말하면 너무 많이 먹거나 너무 적게 먹으며 본인이 그걸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심하게 증상이 발현된 건 재작년인 2018년이었다. 이미 나는 그보다 두 해 앞선 2016년에 건강상의 이유로 체중을 감량한 경험이 있었다.

18년에는 건강 면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나 미용적인 목적을 위해 운동과 함께 식이요법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미용 다이어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나, 당시 나를 스스로 굉장히 냉대하던 상태였기 때문에 섭식장애가 와버린 것 같다.

거식증과 폭식증 양 방향으로 모두 나타났고, 그래서 당시에는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한동안 운동만 쭉 했다.


그런데 이걸 한번 겪고 나니 잊을만하면 감기처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서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올해 역시 그랬다.


그래서 다시 식단을 기록해보기로 결심했다.

먹었던 음식을 대강 사진으로 남겨두고 그날그날의 일상을 기록하면 내가 나아갈 방향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잘했던 부분이 있으면 스스로 칭찬해주고, 부족했던 점은 다음 번에 조심하기로 하면 좋아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이전의 내 상태

섭식장애의 구체적 증상에 나와있는 문제들을 골고루 겪었다.

왜곡된 신체상, 자제력 상실 두려움, 폭식, 구토, 무월경, 음식섭취 거부, 체중감소.

아, 무월경까지는 아니지만 주기라든가 증상이 평소와 판이하게 달라서 좀 고생하기는 했다.


스스로를 굉장히 학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조건 많이 먹은 다음에 구토반납하러 달려가는 건 일상,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후회.

나중에는 목구멍에 무언가를 끼운 것처럼 꽉 막힌 느낌이어서 물조차 삼키기 힘든 시기도 있었다.

과자 먹겠다고 대여섯 봉지 넘게 뜯어놓고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은 각각 한 입씩만 먹은 다음에 버린 적도 자주 있다.

조금이라도 포만감이 느껴지면 불안하고, 반납하고 오면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내 자신이 참 한심하게 여겨져 울기도 했다.

음식에 대한 내 감정은 애증이었다. 먹고 싶다. 많이 먹고 싶다. 그런데 배부르면 불안하다. 이 느낌이 참기 힘들 정도로 싫다.

내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뭐가 있다고 식욕 하나 컨트롤하지 못하고 이렇게 유난인지 참담하고 절망적이었다.


식단을 적으면서 나타난 변화

섭식장애로 다시 고생하기 시작한 건 올 봄부터이다.

식도 내벽이 손상돼 목이 잠기는 것은 물론이고, 치아까지 부식돼 문제는 2018년보다 한층 더 심각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나는 문제를 경감시킬 방법을 알고 있었다.

섭식장애를 주변에 알리기, 외부에서 혹은 타인과 함께 식사하기, 식단을 기록하고 좋았던 부분을 스스로 칭찬해주기.


앞의 두 가지는 솔직히 꺼려지는 일이다.

남들 다 멀쩡하게 잘 먹는 밥을 나만 제대로 못 먹는다고 말하기가 창피한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음식을 넘기지도 못하는 내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니 말이다.

하지만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나의 내면에 잠재된 문제를 꺼내놓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는 증상 완화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었다.

혼자서 식단을 기록하고 자신을 칭찬해주니, 자연스레 다른 사람과 이 문제를 공유하고 외부에 드러내는 것이 조금 수월해졌다.

나의 섭식장애를 아는 이들은 내가 식사할 때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면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밖에서 식사하게 되니 상대적으로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눈 앞에 있는 음식을―비록 일부분일지라도―천천히 누릴 수 있었다.


최근의 컨디션

위의 섭식장애 증상 몇 가지를 나에게 대입해 체크해보면 다음과 같다.

왜곡된 신체상(×), 자제력 상실 두려움(△), 폭식(×), 구토(×), 무월경(×), 음식섭취 거부(×)

전체적으로 좋아졌으나, 아직도 자제력을 잃을까 걱정은 하고 있다.

폭식은 위가 줄어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대신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가 차는데 그래도 반납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남들은 일상적으로 씹어 삼키고 소화하는 음식인데, 나는 아직 온전히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매 순간 의식해야만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누군가와 함께 식사할 때는 긴장을 조금 풀어도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옆에 있을 때 먹는 밥이 조금 더 편하게 느껴지고, 적게 먹어야한다는 강박감이나 구토하고 싶은 욕구가 낮아진다.


앞으로의 각오

혼자 식사하더라도 지금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싶다.

첼시세끼 기록은 잠시 중단하지만 섭식장애 극복을 위한 노력을 경주중이다.

제목은 (일단)상반기 마지막 첼시세끼...라고 적었는데 상반기가 아니라 올해, 아니 앞으로도 이런 글을 더 적지 않을 수 있길 바란다.


아직도 식사하면서 찾아오는 포만감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안 먹어도 되는 건데 먹었잖아...라는 생각은 상당히 자주 한다.

식사건 주전부리건 다섯 번 먹으면 그 중 세 번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예전에는 매번이었지만.

최소한 나를 괴롭히는 것이 내 자신은 아니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설득한다.

내가 먹는 음식과 내 몸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나아가서는 내가 스스로의 내면과 화해할 수 있도록 이 글을 쓴다.

나를 아끼고 지켜줄 수 있는 최초이자 최후의 존재는 당연히 나 자신이니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