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숲
에너지가 없어서 글이 나오지 않았다.아니, 글, 사진, 요리 모든 것을 만들 수 없었다. 죽을 맛이었다.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소리를 겨우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내가 내뱉을 수 있는 건 고통에 못 이겨 토해내는 울음 뿐이었다.제일 다급한 건 나의 존재 가치 증명이니까, 뭐라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한심한 인간이 아님을 보여주려고 흐느끼면서 억지로 행동을 이어나갔다.실패한 인생은 아닐거야. 아직 나는 쓸모 있는 사람입니다.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되뇌이면서도 나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몸부림친다.정말 나는 왜 살아있는 거지.흔적 없이 내 인생을 지워버리고 싶다. 나는 정말 왜 사는 걸까.침잠하거나 울부짖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한심하다.